인류의 발명품 ‘플라스틱’ :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조경희 송원대학교 재활보건학과 교수
작성 : 2024년 03월 03일(일) 16:47 가+가-

인간의 생활을 편하게 해준 위대한 발명품들이 있다. 그중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배달 음식문화 발달 등으로 인해 플라스틱 사용량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음식을 담는 일회용 용기부터, 빨대, 비닐봉지, 가구와 약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적인 스포츠인 당구의 경우 플라스틱이 없던 과거에 당구공을 코끼리 상아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당구공을 만들기 위해 코끼리를 사냥하게 되었고 결국 코끼리가 멸종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던 중 플라스틱을 발견하게 되어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면서 코끼리가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플라스틱의 발견으로 나무를 대체하게 되면서 벌목이 감소하여 산림 파괴 역시 감소하게 되었다.
플라스틱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과 편의성을 가져왔다. 플라스틱은 가소성이 뛰어나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고품질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금속대비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더군다나 가볍기까지 해서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보는 페트병, 컵, 필통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서 사용되곤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용도로 재활용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하지만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부품이 성형되기까지의 비용이 많이 들고, 점화되며 탈 때 연기와 독성가스를 분출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들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분해되기까지 1000년이 걸리기 때문에 해양·육지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소화를 시키지 못해 돌연사하기도 한다.
일전에 보았던 환경오염 다큐멘터리에서 바다거북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끼인 상태로 발견되었고 사람들이 이를 빼주는 장면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된다면 이것은 결국 우리 인간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용한 플라스틱은 자연에 노출되어 미세플라스틱을 발생하게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이 약 5mm보다 작은 플라스틱 입자로 대게 미세한 입자 형태로 존재한다. 이것은 대기, 수중, 토양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환경으로 버려진 플라스틱들은 햇볕, 파도, 물에 노출되면서 물리적인 분해과정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이것이 생태계로 유입된다.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물고기, 수조류, 해양생물 등이 결국 인간이 섭취하는 음식물의 원천이 된다. 특히 해양생태계에서 얻은 수산물은 미세플라스틱의 노출이 높다. 그리고 음식물을 가공하거나 제조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추가 유입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소비자인 인간은 물고기, 해산물, 포장된 식품 등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게 된다.
결국에 우리는 공기와 함께 미세먼지를 흡입하듯 미세플라스틱을 마시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략 성인 1명이 일주일에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1개 분량이라고 한다. 이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서 어떻게 작용하게 될까?
미세플라스틱은 인체 호흡기와 소화기 상피세포에 접촉하게 되고, 세포의 포식기전을 통해서 인체 흡수된다.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은 조직염증, 세포증식, 괴사, 면역세포 억제 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영향은 미세플라스틱의 크기, 모양, 부력, 소수성 등의 성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호흡기에 노출되면 미세플라스틱 입자 독성, 화학적 독성 등에 의해서 간질성 폐질환을 유발하여 기침, 호흡곤란,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또한, 나노플라스틱은 인체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이동하여 인체의 상피세포, 점막, 장관, 혈액을 타고 임파계와 간담도계로 이동한다. 이동된 나노플라스틱은 태반과 혈액 뇌장벽, 장관, 폐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언젠가는 해양생물들처럼 우리의 몸도 점차 잠식되어 갈 것이다. 지금도 플라스틱은 꾸준히 생산되고 있으며, 그 양은 연간 3억 8천만 톤 수준이다. 이중 고작 9% 정도가 재활용된다. 하지만 재활용이 될 때마저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상 깊이 스며든 플라스틱과 공존을 이어나가야 한다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있으면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건강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며, 바로 지금이 우리가 미세플라스틱의 역습을 방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