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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조건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2월 21일(수) 16:48 가+가-
한 심리학자가 특이한 실험을 했다.
어느 동네의 한 구역을 택해서 집집마다 매일 100달러씩 갖다 놓은 후 그 결과를 관찰했다. 실험 첫날 사람들은 그가 미친 사람이 아닌가 의아해하면서도 슬그머니 돈을 집어갔다. 사흘이 지나자 100달러씩 집 앞에 놓고 가는 사람 이야기로 동네가 떠들썩해졌다. 둘째 주쯤 되자 현관에서 돈을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고, 셋째 주쯤 되자 돈을 이상해 하지 않았고, 넷째 주가 되었을 때는 아주 당연하게 돈을 집어갔다. 그렇게 실험기간인 한 달이 지나자 학자는 돈을 집 앞에 놓지 않고 그냥 동네를 지나갔다.
그러자 사람들은 매우 불쾌해 하며 “왜 오늘은 안 주고 가느냐?”라고 따졌다. 사람들은 이유 없이 베풀었던 은혜를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고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주지 않는 것을 서운해하고 불쾌해 했던 것이다. 감사할 조건이 더 이상 감사가 아닌 그들의 마음을 볼 수 있다.
미국 보스턴 해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날마다 일정한 시간이면 머리가 하얀 백발노인 한 사람이 통에 가득 싱싱한 새우를 가지고 나와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에게 먹였다. 갈매기들은 이 노인을 알아보고 으레 그 시간이 되면 해안에 모여서 노인이 주는 새우를 맛있게 받아먹곤 했다.
하루는 철없는 어린아이 하나가 그 이유를 물었다. “할아버지, 이 싱싱한 새우를 왜 매일같이 저 갈매기들에게 먹이는 거예요?” 노인은 어린아이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2차 대전 때 미군 함정의 함장이었는데 내가 탄 배가 일본군의 어뢰에 맞아서 격침되고 말았지. 많은 부하들이 죽고, 나와 몇몇 사람만이 구명보트를 타고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식량이 다 떨어져서 남은 사람들마저도 하나둘씩 죽어갔단다. 나 역시 너무나 힘들어서 정신이 몽롱해졌지는 데 뭔가 이상해서 눈을 떠보니 어깨에 갈매기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더구나. 그때 난 못 견딜 정도로 배가 고파서 그 갈매기를 잡아먹고 기운을 차려서 마침내 살아남았단다. 내가 잡아먹은 그 갈매기를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너무도 고마웠던 그때의 기억으로 인해 이렇게 갈매기들에게 새우를 사다가 먹이고 있는 것이란다” 그것은 그의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한 불우한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너무 가난했으며 죽을 고비에 처했지만 이웃에게 발견돼 겨우 목숨을 건졌다. 설상가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굶주림에 허덕였다. 그때 국제연합 아동 구호 기금(UNICEF)가 그녀에게 구호물품을 주었고 소녀는 구호 빵을 먹으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렇게 장성한 소녀는 세계적인 영화배우가 됐다. 그 소녀의 이름은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으로, 그녀는 세상에 사는 그날까지 이 단체의 홍보대사로서 전 세계를 다니며 굶주린 어린이들을 도왔다. 그녀는 늘 “절망의 늪에서 나를 구해준 분들을 위해 이제 내가 봉사할 차례다.”라고 말했다. 평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며 살았던 그녀이다.
감사할 조건을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존재인 갈매기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노인과 자신에게 생명을 준 단체를 통해 평생 봉사를 하며 살았던 오드리 헵번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감사하는 마음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표현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심한 근시였다. 그래서 그는 항상 두 개의 안경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하나는 책을 읽을 때 사용하는 돋보기였고, 하나는 멀리 있는 물체를 바라볼 때 사용하는 안경이었다. 하지만 루스벨트는 무거운 안경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을 매우 귀찮게 여겼다. 한 번은 루스벨트가 밀워키에서 정치연설을 하고 있을 때 쉬린 크라는 청년이 그를 향해 총을 쏘았고 그 총알은 루스벨트의 가슴에 정확하게 명중을 했다. 그런데도 루스벨트는 약간의 부상만 입고 곧 정신을 차린 후 연설을 계속했다. 괴한이 쏜 총알은 루스벨트의 양복 안주머니에 있던 강철 안경집을 맞고 방향이 굴절되어 다른 곳으로 날아갔던 것이다. 평소 귀찮게 여겼던 안경집이 그의 생명을 구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감사할 조건이 된다. 우리가 쉽게 하는 불평 속에 은혜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마음을 바꾼다면 분명 우리 인생에도 무겁고 귀찮은 안경집이 내 생명을 살리는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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