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회갑 공연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2월 13일(화) 16:31 가+가-

시인이나 가수가 젊은 나이게 눈을 감으면 그 시간의 나이로 기억된다. 윤동주 시인은 젊은 나이게 별이 되었기에 늘 젊은 나이의 사진으로 소개된다. 기형도 시인도 29세의 나이로 별이 되었다. 그를 기억하는 시인들은 청춘의 시간으로 떠올린다. 올해에 환갑을 맞은 김광석 포크송 가수도 그렇다. 1996년 1월 5일 배우 박상원이 진행하던 <겨울나기>(케이블 현대방송) 출연을 끝으로 다음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이 되었다. 김광석(1964~1996, 31세)의 자료사진도 그가 눈을 감은 그 시간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었다. 소설이나 시인에게는 그러한 구설이 없지만, 가수에게는 노랫말과 비슷한 운명이라는 속설이 붙어 다닌다.
차중락(1942~1968, 26세), 배호(1942~1971, 29세)가 그렇다. 차중락은 노랫말처럼 이른 나이에 낙엽 따라 가버렸다. 차중락은 많은 노래를 남긴 가수는 아니지만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은 지금도 기억해 주는 팬들이 많다. 배호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부르는 노래마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기에 대표곡이 많은 편이다. 1963년 처음 부른 노래부터가 ‘굿바이‘다. 1965년 두 번째의 노래가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람’으로 이별을 주제로 한 곡들이 보편을 이룬다. 1971년의 유작이 된 ‘마지막 잎새‘’영시의 이별‘의 노래도 모두가 이별을 담고 있다. 배호의 이별은 그냥 이별이 아니다.
단장(斷腸)을 끓는 노래다. 김광석이 부른 노래도 나이와 연관된 노래들이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삽입돼 유명해진 ’이등병 편지‘는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른 노래 ’서른 즈음에’는 그야말로 젊은 청춘들의 송가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라는 노랫말은 미어지는 가슴, 허무적이다. 지난 시대를 아우르는 단골 송이었다.
김광석은 대중 가수지만 시인과 소설가들에게 각별한 인상을 주었다. 안도현 시인은 “나의 삶의 여러 요건 가운데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에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그 사람의 사랑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이유로 김광석을 좋아합니다. 김광석의 말하는 속도, 목소리의 색깔, 그리고 그가 노래할 때의 가라앉은 음색을 떠올립니다.”라고 김광석을 떠 올린다. 소설가 신경숙이 김광석을 표현한 글도 그렇다. “요즘 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감광석 버전이다. 나는 저녁 공기 속에서 쓸쓸하게 새어 나오는 <거리에서>를 사랑하고, 세월 때문에 마음이 울컥해질 때 문득 떠오르는 <서른 즈음에>를 사랑하고, 그리고 <이등병의 편지>를, <부치지 않는 편지>를 지독히도 사랑합니다. 그의 노래에 감염된 나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보수적인 선비들, 시인, 소설가는 대중 가수에 팬을 자처하거나 그의 노래들을 드러내 놓고 평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안도현, 신경숙 작가의 김광석에 대한 마음의 표현은 진실하다. 그 외에도 박찬욱 감독, 조영남, 송승환 등 많은, 배우들도 김광석에 대한 팬의 감정은 남다르다. 이유야 노래가 철학이 흐르고 삶의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시도반은 가곡을 만드는 모임에 들어있다.
<행복한 산책> 등과 같은 여러 곡을 만들었다. 간혹 작곡, 작사가들의 모임이 끝나면 노래방을 찾는다.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가 김광석의 노래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김목경 작사, 작곡)을 부르는 선생들은 나이가 주는 무게감에 눈을 감고 감상하곤 한다. 김광석은 평소에 환갑에 옷차림에 대해 말하곤 했다. “가죽 재킷 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는 노인으로 살겠다”라고 했다. 사람 일은 말처럼 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가 즐겨 섰던 대학로의 소극장 학전이 2월 말로 폐관 위기 소식이 안타까움을 주었다. 가수 선후배는 김광석이 섰던 무대에서 김광석의 회갑 기념 무대를 기획했다.
다행스럽게도 김광석의 회갑 공연과 함께 기쁜 소식이 2월 4일 전해지고 있다. 30년(1991년, 3월) 여년 된 학전이 폐관 위기를 벗어났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