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을 위한 시대 담론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1월 23일(화) 16:20 가+가-

1995년 서태지는 시대유감(時代遺憾)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으나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에서 반사회적 노래라며 반려됐다.
한 발짝 들어가 살피면,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네” “네 가슴에 맺힌 한을 풀 수 있기를… 오늘이야“ 등의 가사가 문제가 됐다. 서태지는 데뷔와 함께 문화 대통령으로 10대들의 환호를 받았다. 세상의 비판과 싸운 서태지는 가사를 빼고 연주곡만 수록했다. 서태지의 시대정신이 녹아있는 노래에 공권력이 칼을 들이대자 팬들이 분노했다.
당시 김대중 야당 총재의 지시로 국민회의 간부들이 진상 조사를 하기도 했다.
서태지는 다음 해 1월에 전격 해체를 선언해 버렸다. 해체 선언 자체가 시대에 대한 항거였다. 정태춘은 서태지의 해체에 이어 꾸준한 투쟁으로 ‘음반 사전 심의제’를 폐지하는 목적을 이루었다.
아이돌그룹 에스파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재해석하여 발표하였다.
시대는 소용돌이치며 물 흐르듯 가고 있다. 문화의 흐름은 시대의 흐름 속에 정체된 느낌도 든다. 유인촌 배우의 문화체육부 장관 등용에도 문화계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인상이다.
배우 이선균의 죽음이 그렇다. 이선균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가 나왔다.
용감한 이원종 배우의 연말 시상식 발언에 이어 감독 봉준호,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등 문화예술인들이 1월 12일 오전 11시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의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사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보도 윤리에 어긋난 기사 삭제 등을 촉구했다.” “속칭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선균 사건의 실체 파악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대회의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 영화·문화계 종사자 단체 등 29곳이 함께 했다. 성명에서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과 배우 송강호 등 2000명의 개인도 뜻을 같이했다. 다른 문화단체가 더 많이 동참하지 않는 것이 다소 유감이다.
유관 문화단체는 다르지 않다. 국제 펜클럽과 같은 문화단체도 옳지 않은 시대유감 목소리를 보탰으면 좋았다. 펜의 원취지는 문화 예술의 권익과 선이 다 있다. 우리는 그동안 사건을 보는 시각이 마녀사냥이라는 면을 보여 왔다. 때로는 유명인을 시대유감의 희생양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시절의 마약에 대한 연예인들의 실상을 보면 정치에 치명적 부끄러움이 나타날 때면 유명인의 마약 복용이 등장하였다. 배우 이선균의 마약에 대한 실체도 분명한 것은 드러나지 않았다. 느닷없이 마약과 다른 문제를 가지고 인격 살인을 먼저 저지르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하는 시대유감을 만들었다.
예술이란 천지를 사람이 연결하는 것이다.
예술은 사람이 살아가는 그 자체다. 예술의 시작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사유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노래를 하고 소설을 읽고 시를 감상하는 것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다. 이것은 낡은 시대를 버리고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다.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 고 했다. 우리가 완고한 인식을 깨트리는 것들이 예술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노래를 듣는다. 영화관을 찾는다.
눈과 귀로 여행하며 재충전을 한다. 영화의 대사다. “문제를 옳게 제기하면 반 이상이 해결되고 있다”라고 한다.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이 창가에 날아가는 제비를 보고 봄이 왔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예술은 가슴의 창문을 두드리거나 햇빛처럼 비추는 것이다. 예민한 예술인을 이용하려는 것은 지옥의 시대다.
정치는 국민이 기뻐하게 하는 것이 길이다.
언어의 배치를 문제시하는 정치는 파렴치의 사회다. 우리가 예술을 좋아하고 시를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예술은 숙련된 킬러처럼 영상, 그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언어건축의 재료로 삼는다.
“시는 가장 개인적인 언어로, 가장 심층적인 세계를 무책임하게 주파하는 장르다”라고 신형철 작가는 말한다. 예술이나 시는 인식이다. 상투적인 방식을 전복한다. 상투적인 예술을 전복한다. 상투적인 사유를 전복한다.
이것이 예술과 시인의 카타콤 catacomb다. 인간에게 사회 미가 없어진다면 마른 가지와 같다. 예술을 더 협소한 인식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 예술이 사실성과 낭만성을 뛰어넘게 하도록 사회가 지지해야 한다.
‘시대유감’이나 이선균의 죽음이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