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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나요?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1월 22일(월) 16:31 가+가-
요즘 총선 때문에 TV에 얼굴을 많이 내미는 사람들은 여·야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대종을 이룬다.
이분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이들의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보고 곳곳에서 격론을 벌이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한창 커가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고 항변하면 마땅히 답변할 논리가 없어 얼버무릴 때가 많다. 과거 조선시대 때 당파싸움으로 패를 나눠 싸울 때에는 나름 궁색하나마 명분이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지금 여·야는 상대방을 짓밟고, 뭉개고, 모함하며 서로 인정하지 않은 채 싸움판으로 끌고 가는 패거리정치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나라의 원로들과 선각자들의 계몽적인 외침이 절실한 실정이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 영화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상업적인 극영화가 아니라 상영관을 잡는 데 애를 먹었지만 높은 완성도로 호평받으며 관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관람 후 관객 후기를 집계하는 시지브이(CGV) 에그 지수에서 ‘서울의 봄’과 함께 99%의 최고 점수를 유지 중이다. 필자가 본 ‘길 위에 김대중’ 영화는 요즘정치인들의 경직된 마음으로 정적을 살인하는 마이너스 철학이 아닌, 부드러운 마음으로 플러스 철학을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소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필자는 보다 객관적인 입장으로 접근키 위해 관객들이 꼽는 명장면과 명대사를 한겨레 신문기사를 참고하여 소개한다.
하나. 사형 선고를 받은 뒤 구치소에서의 김대중, 그동안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희귀 영상들이 여럿 등장한다. 전두환 정권 초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김대중이 구치소 내부 CCTV에 포착된 장면으로 이희호 여사에게 편지를 쓴 뒤 책상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표정에는 슬픔도 분노도 두려움도 씹어 삼킨 복잡한 심경이 담겨있다.
영화에서 이 장면을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꼽은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몹시 외로워 보인다”라고 하면서 이 영화 속의 김대중은 “늘 대중 속에 있었지만 군중 속의 고독에 시달렸던 김대중의 표정을 잘 캐치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라고 평했다.
둘. 감옥에서도 용서와 관용을 강조한 옥중서신, “내가 죽더라도 반드시 민주주의는 돌아온다. 그때 여러분들이 오늘 우리한테 이런 일을 저지른 분들에게 보복하지 마라. 보복하지 말고 민주주의만 확고히 해라. 사람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라.” 사형선고 후 최후진술에 대한 김대중의 회고 육성이다. 가짜 혐의를 씌워 죽음까지 몰고 간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라는 진술에 감명을 받았다는 관객들도 많았다. 작가이자 서평가인 김미옥 씨는 페이스 북에 이렇게 썼다.
“혹자는 권력을 잡는 가장 큰 이유는 ‘보복’이라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권력자가 되었을 때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정적에게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투옥과 망명과 가택 연금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에 왜 한이 없었겠는가?”
셋. 의회주의자 김대중, ‘길 위에 김대중’은 후대에게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건 투사 이미지로 각인돼 있지만 젊은 정치인 시절 냉철한 현실주의자이면서 의회 정치로 현실을 개선하고자 애를 썼던 의회주의자 김대중의 면모를 새롭게 알려준다. 1965년 정부 여당의 한·일 협정안을 무조건 반대한 야당과 달리 협상 조건을 한국에 유리하게 조정하자고 주장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30대 관객 이윤경 씨는 “김대중 대통령은 나와 같은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의 투사처럼만 느껴졌는데 영화를 보고 지금의 정치인들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세련된 정치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빨갱이라는 프레임으로 과격한 인물처럼 포장됐던 김대중의 지적인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만약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면 ‘용서와 화해’라는 큰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었을 터인데 이 또한 우리 국민을 사랑하시는 신의 영역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현대사의 거센 파도의 격랑을 뚫고 최고봉에 올라선 그가 고난 후에 찾아온 영광을 개인을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권력자의 가장 큰 덕목인 ‘절제’를 통해 최고 공복임과 지도자 중의 지도자였음을 보여준 일생일대를 정리한 압권적인 삶이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가해자들을 선대(善待)한 금세기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존경받아야 마땅하며 우리 모두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난세라 할 수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정치”의 역할은 ‘젊은이들에게 싸움판 같은 혐오감이 아니라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사명감과 불타는 의지를 가지고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헌신하며 봉사하는 바른 인성을 길러 주려면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가짜뉴스를 포함해 정치인들에 대한 오해가 켜켜이 쌓여 불신의 강을 건너기 힘든 요즘, ‘길 위에 김대중’은 정치의 갈증을 푸는 배움의 메시지로 각인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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