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사들과 자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1월 16일(화) 16:31 가+가-

“나는 병사들과 자주 어울려 술을 마셨다.” <난중일기 亂中日記> 문장이다. 이를 정치적 용어로 말하면 ‘공화주의’다. 공화국(republic)이라는 단어 자체가 라틴어 ‘res publica(공공의 일)’에서 나온 것이다. 공화주의는 ‘용기’ ‘절제’ ‘헌신’ ‘우애(동료에)’ 등 시민적 덕성을 기반으로 한다. 무엇보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정치철학이다. 공화주의 역사적 모델인 로마 공화정이 1인의 지배(왕정)나 다수 폭민의 지배(고대 민주정)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당시의 상황에 나온 공화정인 만큼, 전제 권력에 맞서는 시민적 자유를 중시하는 표현이다.
자유는 폭민의 방종이 아니다.
공동체를 통해 실현된다. 건강한 공동체와 공익을 위한 선공후사를 미덕으로 삼는다.
요즘 한동훈 위원장이 즐겨 쓰는 ‘동료 시민’이나 공공선은 이런 맥락으로 공화주의 언어다.
윤석열 대통령을 있게 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도 사적 인연이 아니라 공익에 충실히 한다는 의미다.
공화주의 정신이 담겼다. 집권 2년여 시간이 지나며, 이런 언어나 인간형에 사람들은 갈증을 느끼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는 공공성이 후퇴하거나 공공성의 무위를 지켜보고 있다. 직설화법이다. 쇠퇴하거나 공론장이 실종되는 현상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이 사익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세금이 누군가의 주머니, 돈이 될 때 공공성은 설 자리는 없다.
각자 알아서 자기의 이익을 챙긴다. 각자 알아서 생존의 길을 나선다. 각자의 시대가 열린다. 한동훈 의장은 연설에서 ‘동료 시민’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공화주의는 입이 아니다. 국민의 귀에 합당한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요즘 한동훈 위원장이나 윤석열 대통령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감히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이 난에서 거론하는 것은 장군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난중일기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화(話), 의(議), 론(論) 등의 한자가 자주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은 참모진들과 자주 대화하고 의논하였으며 토론도 즐겨 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 머무는 동안 운주당(運籌堂)이라는 개인 집무실 겸 독서 공간을 이용했다. 본래 ‘운주’는 산가지를 움직인다는 뜻이다. 길흉화복을 점치는 나무를 뜻한다. 당시 전장에 나가기 전 전략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이 운주당은 매일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24시간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공화주의의 본산과 같은 역할의 공간이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특정한 계급이 아니다. 중간급 간부에서부터 계급이 낮은 졸병들도 자주 드나들었다. 공화주의 표본이다.
한동훈 위원장의 ‘동료시민’이라는 말은 그저 흐르는 언어처럼 공허를 만든다. 동료시민은 사진을 같이 찍는 것만은 아니다.
세계의 지도자 절반이 과격하거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듯한 정치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과 같이 민주주의가 일정 수준을 달성한 나라에 에르도안이나 푸틴, 시진핑을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 하자.
영국의 보리스 존슨 전 총리나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말의 질서를 떠난 자들로 정치 학자는 분류한다. 그들은 음모론을 들이밀고 대안적 사실이란 말을 만들어내 지지자들을 추동하고,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권위주의적 방식의 정책을 폈다.
1591년 이순신은 전라 좌수사로 임명돼 여수로 도착하자마자 전쟁 대비에 착수했다.
일본의 침략 야욕을 본능적으로 간파한 것이다.
문제는 눈에 보이는 적군은 칼로 휘둘러 상대할 수 있다. 해안의 물길과 지형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보이지 않는 정보는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했다.
이후 이순신 장군은 해당 지역에서 태어난 병사는 물론 종종 민간인까지 운주당으로 불러들였다. 술과 음식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열었다.
한동훈 위원장이나 윤석열 대통령은 동료 시민이라는 허공의 말보다는 운주당 대화를 하는 것이 순서다. 대통령은 업무 2년이 지났다. 야당의 대표를 만나지 않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계급을 넘어서 대화하고 주민과도 대화하는 것은 진실의 공화정을 실천하는 것이다.
주민의 의견에서 해상의 물길을 알아냈을 것이고 암초가 어느 지점에 많다는 의견도 들었을 것이다. 마음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귀를 기울여 듣는 (以聽得心)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