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워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1월 09일(화) 16:40 가+가-

신경림 시인의 ‘뿔’이라는 시다. “사나운 뿔을 갖고도 한 번도 쓴 일이 없다/외양간에서 논밭에서 고삐에 매여서 그는/ 뚜벅뚜벅 평생을 그곳을 오고 간다/ 때로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보면서도/ 저쪽에 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쟁기를 끌면서도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이리 하면 가고 워워 하면 서면 된다/콩깍지 여물에 배가 부르면/ 큰 눈을 끔벅이며 식식 새김질을 할 뿐이다// 도살장 앞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두어 방울 눈물을 떨구기도 하지만 이내/ 살과 가죽이 분리되어 한쪽은 식탁에 오르고/다른 쪽은 구두가 될 것을 모른다/ 사나운 뿔은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
시(詩)속의 뿔을 가진 소는 사나운 뿔을 한 번도 쓴 일 없다. 그저 논밭을 갈 뿐이다. 평생을 그곳만을 오가는 뿔의 소다. 주인이 워워 하면 멈춘다. 다시 쟁기를 채워 나가자면 나가서 밭을 일군다.
도살장에 끌려간 뿔의 소는 죽음을 예감하고 두어 방울의 눈물만 떨구고 만다. 살과 가죽이 분리되어 한쪽은 식탁에 오르고 다른 쪽은 구두가 될지 모른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뿔은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
신경림 시인의 시속의 소는 여러 번 읽어도 서럽다. 뿔을 가지고도 한 번도 사나운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서럽다.
시를 감상하는 동안 창밖에서는 대설이다.
대설은 특별한 날씨의 영향이라는 해설이 알 듯 모를 듯하다. 다른 뉴스는 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다.
민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도 불출마를 밝힌다.
그들의 불출마 이유는 “상대를 악마 화하기에 바쁜, 국민을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라며 남은 임기를 마친 뒤 오영환 의원은 다시 소방관으로 가겠다고 선언한다.
교사출신 강민정 의원도 “21대 국회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처럼 퇴행시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라고 비판하며 불출마 확인서를 제출했다. 미래에셋 사장 출신인 경제통 홍성국 의원과 판사 출신 이탄희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라며 “우리나라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겠다”라고 했다.
이탄희 의원은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및 위성 정당 방지법 도입을 강조했다.
국민의 힘 김웅 의원과 민주당 네 명의 의원은 일말의 양식의 의원으로 보인다.
여기저기에서 한국의 정치는 뿔의 소만치도 못하다는 아우성이다. 그 아우성을 모르는 정치다. 모깃불 속으로 뛰어드는 하루살이와 같은 자들이다. 야당의 대표가 대낮에 칼에 쓰러진 후, 헬기를 이용한 것을 가지고 언론과 정치권은 이런 난리도 없다. 그 옛날에는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으면 1면에 실리는 시절이 있었다. 인명은 천하보다 소중하게 여겼다는 증거다. 지금은 백 명이 죽어나도 눈 하나 깜박 않는 세상이다. 교회를 나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인명에 대한 소중함은 없다. 스스로 이태원에 가서 죽어난 자들에, 누구 탓을 하느냐는 것이 성직자와 권사 장로들의 언행이다.
뿔의 소만도 못하다. 워워를 모르는 족속들이다.
부산의 의사와 서울의 의사가 무슨 죄가 있기에 시민 단체가 고발 하는가?. 도대체 고발이 무슨 설렁탕도 아닐진대 한쪽이 고발하면 다른 한쪽이 고발한다. 뿔을 가진 소만도 못한 자들이다. 자기 안의 범람이 일렁이는 자들. 우울하면서 따뜻한 독을 품은 자들. 한 마리의 뱀이 되어 이 골목 저 골목을 어슬렁어슬렁하는 자들. 끔찍한 절망을 주머니에 담고 사는 횡횡하는 패거리들은 떠나라. 끔찍함을 구부리고 놀다가 또 그 불행의 씨앗을 발아시키는 얄팍한 자들은 이 거리를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