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는 사람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3년 12월 20일(수) 16:34 가+가-

로마 공화국과 카르타고 제국 사이에 벌어진 포에니 전쟁 때의 일이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중에 카르타고 군이 열세에 몰렸는데, 그때 로마의 레규러스 장군이 카르타고 군의 포로로 잡혔다.
카르타고 군은 점점 전세가 불리해지자 논의 끝에 그를 휴전협상에 이용하기로 하고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장군, 우리는 로마와 휴전하기를 원하오. 장군을 석방할 테니 로마로 가서 강화를 주선해 주시오. 그러나 만일, 장군의 주선에도 불구하고 로마가 강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장군은 다시 이 감옥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해야 하오.” 레규러스 장군은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로마로 돌아가게 된 장군은 그의 귀국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황제에게 자신이 돌아온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강화를 주선하라는 요구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강화에 응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카르타고는 심한 혼란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더 버티면 그들은 곧 스스로 망하고 말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카르타고의 실정과 군사 정보를 상세히 알려 준 뒤,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게 카르타고의 요구를 전달한 장군은 자신은 그들과의 약속대로 카르타고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만류했지만, 그는 단호히 이렇게 말했다.
“만일 내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모든 로마인들을 거짓말쟁이라고 비웃을 겁니다. 이것은 나 개인이 아닌, 로마 제국의 명예와 신의에 관계되는 일입니다. 비록 적과의 약속이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신뢰를 중시 여겼던 지혜로운 레규러스 장군의 일화이다.
독일의 유명한 역사학자 랑케의 이야기이다. 랑케가 도시를 산책하던 어느 날, 그는 길가에서 울고 있는 우유 배달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은 바람에 넘어져 우유를 쏟았고, 돈을 갖고 있지 않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랑케는 소년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를 위로하며 내일 이곳에 오면 우유 비용을 도와줄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랑케가 집에 돌아가니 친구가 연구비를 지원받을 기회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더 나은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만남이 내일로 잡힌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랑케는 소년의 우유 비용을 가지고 그와의 약속 장소로 나갔다.
소년은 놀라워하며 랑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랑케는 이 일을 두고 “어떤 연구비보다도 사람과의 약속과 신용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2차 세계대전 중의 이야기다. 전쟁 속에서 불안과 긴장 속에 살아가던 어떤 비행기 조종사는 한 여성과 펜팔을 하게 된다.
그는 전쟁이 주는 허무함, 괴로움, 불안함과 긴장 가운데서도 그녀의 편지를 통해 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그들은 마침내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는 오랜 시간을 걸려 기차를 타고 이동하여 약속한 역에 도착했다. 그가 그녀를 만나기로 한 대합실로 들어섰을 때, 약속대로 꽃 한 송이를 들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뚱뚱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성이어서 내심 그는 크게 실망했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고마운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다가가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조금 전에 웬 멋쟁이 아가씨가 내 손에 이 꽃을 쥐여주면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오면 건너편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달라고 하던데요?” 이 소소한 헷갈림과 비애의 순간은 사랑의 약속이라는 감동적인 단편 소설의 이야기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성숙한 행동이다. 우리가 한 약속은 우리의 성실함과 신뢰성을 나타내며,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우리의 의지와 결단력에 달려있다. 또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더 높은 도덕적 책임과 신뢰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약속은 단순히 가치의 비중이 아니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성실함과 신뢰성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자신과의 약속, 타인과의 약속이든 어떤 작은 약속도 가치 있게 여기며 성숙하게 책임지며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