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일회용품 사용 규제’
조경희 송원대학교 재활보건학과 교수
작성 : 2023년 12월 03일(일) 16:26 가+가-

몇 년 전만 해도 일회용품을 자유롭게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년 전부터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규제들이 강화되면서 우리 일상생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트로 장을 보러 갈 때는 장바구니를 항상 챙겨 다니게 되었고, 커피숍에 갈 때는 개인용 텀블러를 준비해서 가며 가게에서도 이전의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하게 되었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적응되어가는 듯했다.
이 같은 규제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9년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대형매장에서는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는 점차 확대되고 2022년 11월 24일부터는 중소형 매장에서도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 대상에 추가하면서 관련 규제를 확대·강화했고, 다만,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1년간 계도기간을 두며 관련 조치를 어기더라도 법으로 규정한 과태료(300만원)를 부과하지 않았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1년의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올해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계도기간 종료 약 2주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는 ‘과태료 부과’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고 정책을 발표했다. 그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종이 빨대 등 각종 대체품 개발과 도입 시 2~4배의 비용 상승이 예상되고, 효과성 또한 아직 확실하게 검증됐다고 보기 어렵고 종이컵 또한 머그잔으로 대체 시 한창 바쁜 시간대 세척을 위한 추가인력 확보 부담, 고객 불만으로 인한 분쟁 발생 등 가맹점 현장의 부담도 컸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 인력난, 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비닐봉투 사용에 대해선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가 아닌 “대체품 사용 문화 정착”으로 완화되었다. 또한, 종이컵은 일회용품 규제 대상 품목에서 아예 제외됐다. 플라스틱 빨대 역시 계도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시기에 대해선 “국제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한다며 밝혔으나 사실상 무기한 연장한 상태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은 이미 국민적인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다.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많은 국민이 1회용품 사용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으며, 97.7%는 일회용품 감축이 필요하며, 87.3%는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혀주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정책을 번복하는 것은 과연 적절할까? 우리는 시민들 누구나 일회용품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 어린이들도 학교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배우고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실천하도록 교육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오히려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려는 시민의 행동에 자칫 브레이크를 거는 상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부 단체 역시 정부 발표 이후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일회용 종이컵 탓에 숲이 사라지고 있고, 무분별한 플라스틱으로 인해 생태계는 점점 더 위협받을 것이다.
온난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며, 기후 위기 또한 잦아지게 된다면 앞으로 인간조차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금의 규제 완화는 적절한 대처일까?
물론 일회용품 사용금지 규제가 사라지게 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인해 국민이 다소 헷갈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뜻하는 것처럼 법적인 강제성이 없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불편함과 번거로움 또는 비용적인 부담을 지면서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다. 국민 개개인의 성숙한 시민 의식만을 믿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결국은 어쩔 수 없이 편리를 쫓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충분한 준비를 통해 향후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