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민족 정체성
김영준 경제학 박사
작성 : 2023년 11월 19일(일) 16:19 가+가-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일반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다소 생소한 단어일 것이다.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한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흩뿌리거나 퍼뜨리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파생하여 특정한 민족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기존에 살던 본토에서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거주하면서 형성된 집단을 묘사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외국에서 살고 있거나 우리와 혈통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코리안 디아스포라(재외동포)’라고 부른다. 국어사전에도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2023년 5월 제정된 재외동포기본법(이전의 재외동포재단법) 제2조에도 명시되어 있다. 이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재외동포에 대한 개념은 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나.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사람(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사람을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재외동포기본법은 이전의 재외동포재단법이 폐지되면서 새로이 제정된 법인데, 두 법을 비교하면 재외동포에 대한 개념이 한 문단만 틀리다.
과거 재외동포재단법에 ‘국적을 불문하고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자로서 외국에서 거주·생활하는 자’라고 되어 있던 것이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사람(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국외로 이주한 사람을 포함한다)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변경되었다.
외교부의 2022년 12월 말 기준 전 세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재외동포 수는 약 708만명이다. 이중 외국국적동포(시민권자)는 약 461만명, 재외국민은 약 247만명이다. 대한민국 국민 약 5,156만명의 약 13.7%가 재외동포라고 추산한다면 재외동포 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닐 것이다.
재외동포 중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 미국, 일본 순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에서 사는 재외동포를 재중동포, 미국에서 사는 재외동포를 재미교포, 일본에 사는 재외동포를 재일동포라고 부른다.
동포를 교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포라고 부르게 되면 다른 나라 국적을 가졌더라도 같은 민족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뭔가 친근함을 더하기도 한다. 이는 ‘국가’보다는 ‘민족’이라는 개념에 더 무게를 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재외동포들은 한국을 떠나 세계 각지에서 정착하고 살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정책 등에 따르게 된다. 그들은 차별을 받기도 하고 인정 받기도 한다. 중국에 사는 재중동포들을 중국에서는 ‘조선족’으로 불리고 있다.
이 조선족은 중국의 여러 민족들 가운데 하나의 민족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인들의 인식에 ‘조선족’이라는 민족은 남한이든 북한이든 한반도의 혈통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다르다. 조선족이라고 하면 뭔가 차별 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민족으로 인정은 하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정책적 차별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재중동포라 불리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을 각 나라에 따라 재중조선족, 재일조선인, 재러고려인, 재미한인 등등으로 부르고 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세계 각지에 정착하고 살게 된 계기는 모두 다를 것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는 강제 이주, 강제 노동,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 등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주한 사람들과 자의에 의해 이주한 사람들로 나뉠 것인데, 전자의 경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점점 시대가 흘러가면서 그러한 애국심은 소멸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는 대부분이 3세대, 4세대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의 조국에 대한 개념이 없다. 이미 자고 나란 곳이 대한민국이 아닌 그 나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이 타국이라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1세대, 2세대 디아스포라들은 한국의 언어, 문화, 역사 등을 계속해서 계승해 나가기 위해, 그들의 민족 정체성과 민족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온갖 역경과 차별 그리고 멸시 속에서도 민족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것이 3세대 4세대로 세대가 이어지면서 본연을 잃어가고 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그들도 살아가는 삶의 퍽퍽함이 있을 것이고, 차별 받는 것도 싫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재외국민으로서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그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각국의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에게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이 잊혀지고 있다. 민족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에는 한민족 공동체로서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해외 한인들을 포함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도 부각되어 그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민족 공동체라는 개념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디아스포라들의 민족 공동체적 소통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점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의 이러한 역할에 있어서 그들의 안전과 보호 문제가 존재하며, 그들의 역할을 위해서는 결국 각국의 협조를 위한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때문에 외교부나 통일부의 역할 등이 중요할 것이고, 무엇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의 민족정체성에 대한 교육과 정책, 제도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