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무게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3년 11월 08일(수) 16:28 가+가-

사전에 ‘진실’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거짓이 없는 사실”.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게 바름”이라고 나온다. 반대로 ‘거짓’은 “사실과 어긋난 것”,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것”이라고 한다. 즉, 사실을 그대로 꺼내어 놓느냐, 아니면 꾸며서 내어 놓느냐의 차이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진실, 즉 정직함이다. 정직한 사람은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기 때문에 그 믿음이 관계를 더욱 강하게 만들며 관계를 지속시킨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직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인식하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여 해결할 수 있다. 만일 관계에서 진실되지 않다면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어떤 관계를 불문하고 부모 자식 간에도, 형제간에도, 또는 부부관계나 친구관계에서도 진실은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가끔 나타나는 신기루 현상은 열 또는 차가운 기운으로 인해 대기 밀도의 급변으로 빛이 이상하게 꺾여 공중이나 땅 위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대기 현상 중 하나이다. 이 신기루가 위험한 것은 그 형체를 간직하고 있는 사물의 반대편에 나타나기 때문에 신기루를 쫓아가다가는 점차 그 실체와는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 사막을 여행하던 여행자들이 물이 떨어져 몰이 말라 힘든 상태에서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할 겨를이 없이 단지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만을 쫓다가 점차 진짜 오아시스와는 거리가 멀어져 결국 사막에서 말라죽게 되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서 사막을 잘 아는 인도자를 세워 따라가면, 그가 신기루와 진짜 오아시스를 구분하여 안내해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보기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신기루를 쫓아간 사람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 무엇을 쫓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8세의 어린 소년이 마약 주사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심층보도했던 ‘지미의 세계’라는 기사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 기사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재닛 쿠크라는 여기자가 쓴 기사였다. 한 소년의 생명이 마약의 독성으로 인해 서서히 박제화 되어가는 끔찍한 과정을 밀착 보도하자 미국 사회는 그 현실에 경악하면서도, 그런 기사를 통해 사회에 위험성을 알린 그녀를 향해 엄청난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보냈다. 그녀는 특종의 대가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신문기자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퓰리처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얼마 후 그 기사가 공명심이 빚어낸 허구였음이 드러내게 되었다.
그렇게 기자로서의 그녀의 인생은 비난과 경멸 속에 막을 내리고 말았으며, 그 일을 계기로 언론 매체는 사실 검증을 위한 신중한 기사 검토 과정을 세우게 된다. 과연 그녀가 쫓았던 것은 신기루일까, 오아시스일까?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는 “정직만큼 풍요로운 재산은 없으며 사회생활에서 최고의 도덕률은 없다. 정직한 사람은 신이 만든 최상의 작품이기 때문에 하늘은 정직한 사람을 도울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꿈에 거짓말하였거든 깨어나서라도 반성하자”라고 했으며, 검은 대륙의 아버지라고 불리던 스코틀랜드 탐험가 리빙스턴은 유언으로 “아이들아, 진실하여라!”라는 말을 남겼다. 그들은 하나같이 진실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그 중요성을 전하고자 했다.
과연 우리는 신기루를 쫓아가는 사람이나, 거짓을 말하던 여기자처럼 눈앞의 현실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가장 중요한 마음의 보석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거짓은 달콤한 사탕처럼 쉽고 간편하지만 그만큼 쉽게 부서져버린다. 하지만 진실은 그 존재 자체는 무거울지 몰라도, 단단하고 오래도록 인생을 받쳐준다. 그러니 부디 당신은 눈앞에 작은 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