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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전기요금 인상요인 있는데…당정까지 첩첩산중
한전, 내주 희망퇴직 포함 고강도 자구책
기재부, 물가 우려에 ‘조율된 인상’ 시사
작성 : 2023년 10월 22일(일) 16:42 가+가-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이르면 다음주 희망퇴직을 비롯한 고강도 재무개선안을 발표하고, 이후에는 물가·에너지 당국과 요금 인상안 협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에너지당국 및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주 내 발표를 목표로 고강도 재무개선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정협을 거쳐 요금인상이 최종 결정되기까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기획재정부는 물가를, 여당은 내년 총선 표심을 우려하는 만큼 에너지 당국·업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단계마다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처럼 당정협이 수차례 불발 되면 심지어 12월까지 최종 발표가 지연될 수 있다. 한전은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만큼 연말께 회사채 발행에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최초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구조조정 먼저, 이후 요금 인상…자구책 곧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지만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이 먼저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8월24일 “국민들에게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가 되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한전이 산업부에서 인정하는 수준의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전의 의견을 토대로 산업부와 기획재정부의 요금 협의가 일차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희망퇴직 실시, 본사 및 사업소 조직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상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의 재무개선안을 다음주 내 산업부에 보고·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물가·에너지 당국 사이 조율된 요금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기재부 조율 중…물가 우려에 ‘적정 조합’?
한전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현재도 산업부와 기재부는 인상 수준을 두고 논의 중이다. 한전의 막대한 적자 상태를 고려해 인상에는 뜻을 같이하지만, 기재부에서 물가를 염두해 그 폭을 제한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겨울철 난방 수요에 국제 유가 상승 전망까지 나오는데,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물가 인상을 부추길까 우려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한전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는 (요금 인상과 국민 부담) 적정 조합을 찾아갈 것”이라며 “요금 조정은 필요할 때 해야 하지만 국민 경제 부담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적정 조합의 수준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산업부·한전과 물가 충격이 우려된다는 기재부 사이 줄다리기가 이달 내 끝날 지 주목된다.
◆총선 앞둔 여당 ‘미온적’…정치인 출신 김동철은 다를까?
요금인상 결정은 본래 산업부 산하 독립기관인 전기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당정협을 열어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뒀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여당의 의견이 크게 좌우되면서 ‘요금의 정치화’ 논란이 일었다. 특히 4분기는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여당이 표심을 의식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2분기에는 당정협이 수차례 불발되면서 요금 인상안 발표가 이례적으로 한 달 넘게 지연됐다. 정치권에서 그 배경을 두고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대권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박대출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총선 전까지 전기요금 인상하면 안 된다”고 빈번히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여당 내에선 인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분위기다. 산자위 출신 한 여당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직 요금 인상과 관련한 당내 의견이 통합되지 않았다”면서도 “국민 경제가 좋지 않다 보니 인상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여당 의원은 “아직 구체적인 당내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 안이 나오면 그 때 본격 논의가 오가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정부 부처서 조율 중인 현재에도 당내 분위기가 이처럼 분분한 상황이라면, 2분기처럼 의견이 모아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이 더 다가온 만큼, 선거운동을 본격 다녀야 하는 의원들이 민생 이슈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당정협이 자주 미뤄지거나 인상에 소극적일 수 있다.
결국 정치인 출신 김동철 사장의 역할에 주목된다. 지난달 18일 선임된 김 사장은 에너지 전문성이 없다는 점에서 취임 전부터 도마에 올랐다.
반면 에너지 전문가였던 정승일 전 한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란 점과 임기 내 한전 적자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는 이유로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물러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이 4선 중진의원인 만큼 당협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들과 모두 안면이 있을 것”이라며 “김 사장이 물밑에서 이들과 소통하며 잘 설득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요금 인상을 앞두고 과연 정치인 출신으로서 전임 사장들과 달리 다른 의미의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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