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지 않은’ 화물차기사, 특권 ‘놓지 않으려는’ 국회의원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3년 07월 24일(월) 16:40 가+가-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으로 아픔이 우리를 지배했었지만, 들려오는 훈훈한 미담으로 아픔을 딛고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달려간다. 지난주에 14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한 화물차 운전자가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생면부지의 타인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사건 당시 오직 ‘구해야겠다, 도와야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를 의인이라 부른다. 17일 주요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14톤 화물차 기사인 유병조(44)씨는 지난 15일 오송 궁평 2 지하차도를 통과하려다 앞서가던 버스 시동이 꺼지자 뒤에서 추돌해 함께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물이 계속 차오르면서 본인의 화물차 시동도 꺼지자 유 씨는 창문을 부수고 빠져나와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버스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이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붙잡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해당 여성을 화물차 위로 끌어올렸다. 이후 주변을 살펴 차량 뒤에서 남성을 발견해 우선 난간을 붙잡게 하고 또 다른 남성도 구했다. 유 씨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현장에서 여성 1명과 남성 2명 등 귀중한 생명 3명을 구해냈다.
생존자 여성의 아버지는 유 씨를 만나 “딸이 힘이 없으니까 유 씨에게 손을 놓으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잡아줘 올려줬다”며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딸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고, 마침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회의원 불 체포 특권을 내려놓는 혁신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 정당의 상황과 오버랩되면서 화물차 기사인 유 병조 씨에게 20대 여성이 힘든 손을 내려놓고 나를 포기하라고 하였음에도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끝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의인과, 국민들 모두가 불 체포특권은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문에도 불구하고 내려놓지 않으려 본심을 드러내, 조건을 붙이며 추태를 보이는 모습이, 그동안 누려왔던 특권을 포기하기 어려워 안간힘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마지막 꼼수를 두는 것 같아서 측은한 마음이 든다.
불 체포특권이란 국회의원이 현행범인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아니하며, 회기 전에 체포·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되는 헌법상 특권을 말한다(헌§44). 규정대로라면 현행범인 경우에는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으며, 또 회기 전에 체포·구금한 경우에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에는 석방해야한다.라는 취지이다. 이는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으며. 17세기 영국의 제임스 1세가 의원을 체포, 구금하여 의회를 무산시키려 했을 때에 이 제도를 통해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보호할 수 있었던 사례가 불 체포 특권의 기원이다. 우리나라 또한 과거 비민주적이고 독재적인 대통령 하에서 국회의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한 조치로 불 체포 특권이 존재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검찰이 행정부의 시녀 노릇을 했던 그 시절에, 불 체포 특권은 국회의원의 자율적 의사 표현을 지켜주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불 체포 특권이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방탄 국회 등을 여는 법적 근거로 작용해서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방탄 국회’라는 용어는 1998년 7월, 15대 대선당시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한나라당 이신행 전 의원을 보호하고자 4차례나 임시국회를 열면서 처음 생겨난 용어이다. 1999년에는 이른바 ‘세풍’ 사건과 관련해 서상목도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한나라당은 7개월에 걸쳐 5차례나 임시국회를 열며 서상목을 보호했으며, 방탄 국회라는 신조어가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 특히 다수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때마다 소수당은 여지없이 방탄 국회를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19대 국회에서는 정두언이 74:156으로 체포를 면하자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비판했으며, 21대 국회에서는 이재명이 139:138로 과반(149명)을 넘지 못해 체포를 면하자 국민의 힘이 비판한 바 있으며, 당대표 선거 관련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더불어 민주당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요즘과 같은 상황이라면 입법부의 힘에 사법부의 정의는 물론 행정부의 집행권한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들이 입법, 사법, 행정부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필요한 덕목들을 고루 갖춘 역량 있고 무한한 신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눈높이가 높은 것도 아닌데, 사회정의가 사라지고 이기주의와 내로남불이 극에 달하여 자신과 자기편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가 달라진 만큼 국회의원들의 불 체포특권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끝까지 붙잡아 보려는 추태를 국민은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손 놓으라 하였을 때 의인 윤 씨는 놓치지 않으려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그녀를 구했다. “특권” 이제 손을 놓아야 한다고 하는데도 모당의 국회의원들은 놓지 않으려 한다. 이제 손 탈탈 털고 국민 손 잡아다오…. 손을 펼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