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3년 07월 12일(수) 16:33 가+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함께 동물원에 갔다. 다양한 동물들을 구경하다 보니 신기하고 흥미로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사자가 있는 곳에 도달했다. 철창 너머에 있는 사자는 사람들을 향하여 포효를 지르며 어슬렁거렸다. 어린 아들은 그런 사자를 보고 겁을 먹어 울기 시작했다.
아빠는 나지막하게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왜 우는 거니?” 새파랗게 질린 아이가 아빠에게 대답했다. “아빠는 저 사자가 보이지 않아요?” “보이지” “아빠는 저 사자가 무서운 이빨과 발톱을 내밀고 소리 지르는데 무섭지 않아요?” 아이의 물음에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아빠도 사자가 무섭단다. 하지만 아빠는 저 사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자와 우리 사이에 있는 단단한 철창을 보기 때문에 두렵지 않는 거란다.” 그제야 어린 아들은 단단하고 튼튼한 철창을 보고 눈물을 그쳤다. 같은 대상을 두고도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다람쥐는 몸집이 작고 특별한 공격 능력이 없는 약한 짐승이다. 하지만 이 연약한 다람쥐가 맹수에게 잡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다람쥐는 순발력과 빠른 발로 기발한 호신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나운 짐승이나 몸집이 큰 동물이 공격을 해올 때, 다람쥐는 나무의 높은 곳에 뚫린 작은 구멍이나, 큰 바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숨는다. 아무리 사납고 강한 짐승이라고 할지라도 작은 틈에 몸을 숨긴 다람쥐를 잡아낼 도리가 없기 때문에 결국 사냥에 실패한다.
분명 공격을 당하게 될 때 다람쥐는 겁을 먹고 당황하지만, 재빠르게 자신이 숨을 수 있는 요새를 찾아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몸을 숨긴다. 자신에게 닥친 두려움보다는 몸을 피할 수 있는 요새를 향하여 빠르게 초점을 바꾸는 것이 바로 다람쥐의 지혜이다.
일본 동경에는 유명한 건축물로 손꼽히는 제국 호텔이 있다. 이 건물이 유명한 이유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 이 호텔은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의 작품이다. 로이드는 이 건물의 기초공사에 자그마치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건축에서 기초공사는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건축에 비해 배 이상의 시간과 돈이 드는 과정이었기에 당시 일본의 건축과들과 언론들은 로이드의 방법이 낭비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로이드는 자신의 소신대로 2년의 기초공사와 나머지 건축 공사 2년을 들여 총 4년 만에 제국 호텔을 완성했다.
호텔이 완성된 후에도 쓸데없이 너무 많은 신경을 써 낭비를 한 대표적인 건축 케이스로 오랫동안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로부터 52년 후 동경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건물들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기는 사고로 엄청난 재물,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국 호텔만큼은 너무나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로이드가 얼마나 지혜롭고 소신 있는 건축가인지 인정하고 찬사했다. 그 어떠한 상황과 비난 속에서도 로이드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 환경과 건축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다.
과연 우리는 올바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 당신도 철창 안에 갇힌 사자를 보고 두려움에 떨고 있지는 않은가? 또는 사람들의 비난을 두려워하여 자신의 소신을 꺾고 다른 방향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똑같은 환경에서도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말 중요하고 귀한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 초점을 제대로 맞춘다면, 우리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생의 큰 고난을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