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가 과외수업 주범이라고?
김요한 주필
작성 : 2023년 06월 29일(목) 16:38 가+가-

정부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몰아가는 근본 원인으로 꼽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주범을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지목, 사례문항까지를 공개했다.
윤대통령의 “수능을 고교수학 범위내에서 출제토록 하라”는 지시 한마디가 교육계는 물론 수일째 온나라를 들쑤셔놓은 가운데 내놓은 진단결과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를 망라해 뜨거운 과외 열기에 학부모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 당국이 합당한 과외근절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절대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윤대통령께서 평소 얼마나 과외 근절을 포함한 이나라 교육 개혁에 고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느닷없다 싶을만큼 불쑥 내던진 한마디가 이렇게 교육계 전체가 초긴장을 하며 대통령의 심기 받들기에 올인하는 모습은 가관이라 할만큼 지나치다.
이로써 대통령의 심기는 잘 받들고 있는지 모르지만 상실한 국민의 심기는 팽개친꼴이니 이 나라의 내일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4개월여 남은 수능을 준비하는 수능출제를 비롯한 관리자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이미 실무국장은 경질되고 최고책임자인 수학능력평가원장은 수사 으름짱에 옷을 벗었다.
그들이 느낄 공포감을 생각하면, 과연 대통령의 뜻에 만족하게 수능을 준비해야하는 고민을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출제 문제중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되는 킬러문항, (초 고난도 문항) 어차피 시험이 순위를 정하는 결과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사항이었고, 찾다 찾다 킬러가 과외의 주범으로 몰린 세상이 결코 정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익히 가정용 살충제에서 ‘킬러’에 익숙해 있다. xx킬러…
국어대사전은 킬러를 배구에서 킬을 주로 치는 중위의 세 사람, 야구에서특정한 팀에 대하여 승률을 높이는 투수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킬러가 수능문제에서는 과외 주범으로 지목을 받는다니 아이러니 할 수 밖에 없다.
나라의 교육문제까지 걱정이 미치는 것은 대통령 발언 수습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사교육대책’이 그 방향성도 해법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관련 발언이 공개되면서 수험생, 학부모들은 혼란과 불안이 계속되어 온 터에 킬러문항이 무엇인지 사례까지 들어 답변을 내놓은 것인데 이런 유형의 문제를 출제치 않겠다는 것으로 당연히 뒤따라야할 대체 문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데다 그 밖의 사교육 경감대책도 근본적인 문제는 비켜간 채 겉핥기에 그쳐 실효성에 의문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 사례를 들며 2021년 수능에서 1개, 2022년 7개, 2023년 7개에 지난 6월 치러진 2024수능 모의평가에서 7개를 포함 22개로 영역별로는 국어 7개, 수학 9개, 영어6개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공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유로 통상정답률이 10% 이내로 낮은 문제를 ‘킬러문항’으로 불려왔는데 정답률이 20~30%인 경우도 여럿이고 보면 정부가 배제하겠다는 ‘킬러문항’의 개념 자체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수능에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도 등급제에 기반한 대입제도의 근본적 개선 없이 ‘킬러문항’만을 문제 삼는 것은 우려와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사교육 경감대책들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예를 들어 유치원, 초등학교 단계의 돌봄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예술, 체육, 맞춤형 방과후 확대등을 제시했지만 초등학생때부터 특목고나 의대진학을 위한 선행 학습이 이뤄지는 현실에서는 전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문재인 정부시절 폐기토록 방침이 정해진 특목고 존치를 발표한 것은 그야말로 앞뒤가 뒤바뀐 혼란의 연속이라는 지적에 정부는 답하여야 한다.
국가 백년 대개가 되어야 할 교육정책을 오직 대통령의 발언을 따라 심기를 살피는 수준을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은 누가 봐도 군사 작전하듯 급조된 졸속정책,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혹평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킬러’만 잡으면, 사교육이 잡힐 것 같은 판단은 이미 야당 옥죄기, 노동정책, 언론장악시도 등에서 선보인 기피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력 정서이다. 킬러 잡으려다 나라 잡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