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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 킬라, 킬러 문항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6월 27일(화) 16:34 가+가-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의 문이다. 몸을 망치는 도끼다.”라는 말은 경박하고 무책임한 말이 판치는 세상에 <명심보감>이 타이르는 말이다.
도가(道家)의 시작인 노자 역시 “말은 할수록 궁해진다.”라 한다.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라고 극단적으로도 이야기한다.
공자는 번드르르한 말과 진실하지 못한 말, 실천하지 못하는 말을 삼가, 하기를 되풀이 강조하는 것을 <논어>을 통하여 전하고 있다.
<논어>, <맹자>, <장자> 등의 철학서, <사기>, <십팔사략>, <전국책> 등의 역사서, <설원>, <세설신어> 등의 설화집을 비롯한 수십 권의 고전은 대화의 중요성을 여러 방향에서 말한다. 때로는 이심전심, 언중유골, 언어 유희로 보여주는 역사적 인물들의 말을 통하여 깨닫게 한다.
말에는 법(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부가 필요하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나 품격을 말해준다. 소통 능력이 많아진 오늘날에는 제대로 말하는 표현이 요구된다.
개인 매체(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언론은 유명 인사들의 말을 실시간으로 내보낸다.
말을 듣고 있으면 자극적이다.
지금까지 <논어>가 회자 되고 읽히는 것은 <논어>라는 책의 제목이 말하듯이 ‘토론하고 이야기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자는 정치나 교육에서, 가르치는 것은 대화(토론)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대화는 가르침의 핵심이다. 철학에서 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가르침이란 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소통할 때 배워야 할 ‘말 공부’는 중요한 덕목이다.
말을 잘하는 것은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능수능란하게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말이라도 공허한 울림의 말이다.
근간의 일도 아니지만, 국회는 상대 의원이 말을 하면 야유를 보내며 말을 하는데 훼방을 놓는다. 같은 일은 반복이 되어 국회의 연설은 의례, 고성과 야유를 하는 것으로 고착되었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사용하는 언어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입시를 앞두고 입시에 대한 정책을 말함에 ‘킬러 문항’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정치권이나 언론은 자유롭게 ‘킬러 문항’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킬러(Killer)는 ‘죽은 사람, 아픔을 멎게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사전은 표현한다.
약국에 가면 ‘에프 킬러’라는 모기나 파리를 퇴치하는 살충제가 있다. 오래도록 우리는 ‘에프 킬러’를 모기를 박멸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어느 날 정치에서 ’킬러 문항’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치 보통명사처럼 자유롭게 사용을 한다. 입시 문제 전문가 교수는 어디서 ’킬러 문항’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허무하게 하늘을 본다.
말을 어지럽힐 때 누군가는 지적이 필요하다. 말에는 전달도 중요 하지만 말이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되어야 한다.
배움의 뜻은 임금이라 하여도 간언하여 주는 신하가 없으면 올바르게 통제나 통치가 되지 못한다. 말(馬)이 처음부터 주인의 말을 잘 듣는 말은 없다. 어떻게 달리는 것이 주인을 위한 것인지 길들임이 중요하다. 남산의 소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으로 보이지만 옆의 나무와 서로 걸림 없이 자라도록 간벌을 해주어만 곧게 자라게 된다.
킬러라는 말이 왜곡으로 사용되면 언론과 학계, 문화계에서는 그것을 지적하고 바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자의 제자 중에는 천하의 불량배 출신인 자로가 있다. 공자는 자로를 올바르게 가르쳐 수제자가 되게 하였다. 우리가 공자 공자 하는 것은 상대가 좋아하는 말을 하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공자는 자로를 처음 만나면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자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긴 칼’이라고 대답한다. 불량배나 다름없는 자로에게는 칼이 상대를 이기는데 필요한 것으로 알았다. 공자는 그 말을 듣고 배움의 중요성을 말한다. 싸움에는 긴 칼이 아니라, 말의 품격을 알게 하였다. 화살이 날아가는 화살대보다 깃털이 중요하다.
말은 상대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의 품격도 중요하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킬러 문항’보다는 공부와 관련이 되는 ‘어려운 문항’, ‘난이도가 큰 문항’과 같은 말을 사용하는 ‘말 공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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