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날리면’ 발상의 정치철학
김요한 주필
작성 : 2023년 06월 22일(목) 16:35 가+가-
윤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논란을 일으켰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이 정치 해프닝이 아니라 윤대통령의 정치철학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날로 짙어지고 있다.
최근 윤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난이도 조정을 시사한 발언이 일파만파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번 발언에도 정작 문제의 발원지인 대통령은 ‘남탓, 발뺌정치, 책임전가’로 빠져나가는 ‘바이든-날리면’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어 씁씁함을 넘어 윤대통령의 정치 철학의 단면을 보는듯하여 섬득함조차 지울수 없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노심초사 국리민복의 관점에서 겸손함과 깊은 성찰로 나라와 국민 모두를 헤아리는 근본적 정치 사고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순간적인 한번의 실수가 아니라, 그런 정치철학의 바탕에서 나라를 다스린다면, 국민은 이전보다 갑절의 각성으로 그분의 통치를 깊이 들여다보아 올바른 판단과 비판으로 민주적 가치를 지키는데 게으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국정불신을 자초하는 윤대통령의 즉흥발언은 교육부 담당 국장의 경질과 교육과정 평가원장의 ‘사교육 산업과 한통속’이라는 의심아래 감사대상이 되고 사퇴로 이어 졌다.
윤대통령이 불쑥 던진 한마디에 교육현장과 정책당국이 모두 쑥대밭이 된 모양새다. 어떤 문제의 사회적 논란에 대통령이 최후 조종자가 되고 국민적 갈등을 불식 시켜야할 통치권자의 위치가 분명함에도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중요한 국가정책들을 전후좌우 상황과 파장을 전혀 살피지 않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자기 감정을 표출함에 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사회적 논란과 갈등의 최전선에 서서는 안된다는 것이요. 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5살 조기 입학’ 역시 윤대통령이 교육부 업무 보고를 받은뒤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 학부모와 교육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다.
지난해 6월엔 고용노동부가 연장 근로시간 한도를 월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나서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하룻만에 바꾼 일도 있다. 윤대통령 취임후 국민의 삶에 직결된 주요정책들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윤대통령의 잇다른 즉흥발언 논란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임에도 국민의 정서나 생활 현장 파급 여부를 살피기전 자기 감정만을 토로하는데, 고민도 없고 해법도 숙지하지 않고, 한마디로 마구잡이식으로 통치 권력을 행사하는 발상은 위험하기 그지 없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의원은 방송에 출연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능출제에 대한 지시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매우 일방적이었고 아마추어적”이라고 했다.
지난 15일 윤대통령의 “공교육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에게 지시하면서 현재의 수능제도 하에서 생사를 건 수능준비를 해온(하고 있는) 수험생, 학부모, 교육계에 ‘물수능’ 논란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당한 말인 듯하나 이는 현재의 입시현실을 무시한 채 말하고 싶은대로 생각없이 던진 말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속담에 ‘무심코 둠벙에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음을 당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의 그처리 과정이 가관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 부총리가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잘못 논란을 키웠다’며 부처에 책임을 떠넘기고 실제로 교육담당 국장과 교육과정평가 원장이 불똥을 맞았다.
여기서 ‘바이든-날리면’의 추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불똥이 튄 교육현장은 불쑥 던진 수능시험에 대한 지시를 합리화하는 작업을 서둘러 당정이 19일 사교육 경감 방안으로 대학수학 능력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 고난도 문장)을 출제하지 않고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윤대통령은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며 킬러 문항 출제를 지적했으나 변별력을 배제한, 이른바 킬러 문항을 제외한 출제로 시험생 모두가 비슷한 점수만을 무더기로 받으면 그때의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킬러문항 출제를 지적한 대통령께서 답을 내놓으셔야 한다. 시험은 잘치르고 싶은데 애써 공부하는 것이나 과외수업은 나쁜것이니 싫다 하면 수험생은 자유로울 것 같으나 변별력은 어디에서 찾아질지…
‘그렇게 하겠다’ 하지만 그런 말장난에 국민은 속고 또 속아 왔다.
‘바이든-날리면’ 정치철학과 결별하셔야 국민이 편하다.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