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마저 빠진 경사노위… 尹정부 노동개혁 향방은
‘금속노련’ 사태에 전면 참여 중단 결정
각계 대표 과반 참여 없으면 의결 안돼
野도 “尹책임” 주장… 노동개혁 차질 예상
작성 : 2023년 06월 08일(목) 17:06 가+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7년 5개월 만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면서 사회적 대화체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악화일로를 걷는 노정관계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오후 전남 광양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종 탈퇴 결정이냐에 대해서는 “(탈퇴 여부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위임하고, 그 시기와 방법 등은 집행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경사노위의 개점휴업은 또다시 무기한 연장됐다.
문제는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사실상 유일한 노동계 대표라는 점이다. 양대노총 중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달리 노사정 대화에 긍정적이었고, 이달 1일에도 윤석열 정부 첫 노사정 간담회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불거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 사태로 인해 결렬됐다.
경사노위는 근로시간 제도를 포함한 노동 현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 협의체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한 노사정위에 뿌리를 둔 경사노위에서는 그동안 주5일제, 주52시간 근로제, 탄력근로제 등 굵직한 노동 현안들이 논의되고 합의돼왔다.
경사노위법에 따르면, 본위원회는 재적 위원의 과반이 출석하고 노사정에서 각각 과반 위원의 출석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 경사노위 근로자대표 4명 중 2명은 한국노총 소속이고 나머지 2명도 한국노총이 추천한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대신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 자문단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를 운영하며 한국노총의 대화 참여를 기다려왔다. 한국노총의 참여 없이는 어느 것 하나도 결정지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당초 경사노위는 이달 중으로 자문단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노사정 대화를 이끌어갈 계획이었으나, 한국노총의 불참 결정으로 대화 분위기 조성은 또다시 요원해졌다.
여기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당한 노동 탄압에 있다”며 거들고 나서면서,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정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간부 강경 진압 논란으로 격분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단 결정과 관련해 “단순 사과로 복귀할 생각은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의 대화에 긍정적이었던 한국노총도 노선을 완전히 바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 투쟁에 나서게 됐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금속노련 사태에 대한) 사과와 석방 이런 것들을 복귀조건을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 7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의를 열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지난달 30일 벌어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강제 연행에 분노하며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대정부 투쟁으로 노선변경을 선언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양대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은 지난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의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 정책 등에 대한 이견에 더해 지난달 말 금속노련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화보다는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대화의 복귀 조건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대화 파트너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노동존중을 얘기하지만 노동자들의 고통, 죽음, 삶의 질, 인권을 존중해본 적이 있느냐.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제대로 된 정치”라고 강조했다.
정권 내 복귀에 대해서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람은 고쳐서 못 쓴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저도 잘 변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그동안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해왔지만, 타협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해온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 정권 자체에 대한 심판을 하겠다”며 “최소한 노동 문제에 국한해서 비판 의견을 낸 것과 달리 앞으로는 국정 전반, 즉 외교나 복지 등 영역에서도 전면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속단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대정부 투쟁)으로 한국노총도 방향을 상당히 틀었다.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저희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다만 경사노위 참여 중단과 달리 최저임금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 활동에는 지속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한국노총은 제일 하층에 있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데 주어진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최임위나 중노위는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중단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