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찍어내기의 심리학
김요한 주필
작성 : 2023년 06월 08일(목) 16:36 가+가-

1년여 집요한 괴롭힘 끝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기어코 면직시켜 찍어내기에 성공한 윤석열 정권의 심리학을 들여다 본다.
이나라 통치권자 대통령의 무소불위 힘을 제대로 과시한 사례로 꼽힌다. 무엇이든 하고자하는 마음만 먹으면 법에 저촉됨이나 국민의 여론 따위는 깔아 뭉개는, 더 더욱 목소리 높여 합리를 주장하며 여론호도까지 서슴치 않는 대통령을 모시며 살고 있어 국민이라는 위치가 서글프다 못해 절망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한 위원장은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임기만료를 두 달 앞두고 물러났다.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보장을 위해 방송통신법이 제정되고 임기가 법으로 보장된 한 위원장에 대한 강제면직 처분은 법위에 군림하는 탈법정권의 실체를 드러낸 사건으로 본격적인 ‘방송장악’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은 면직사유로 ‘중대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송통신 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했지만 그의 주변외엔 대다수 국민 여론이 합법으로 보지 않는 또 하나의 권력횡포로 지목한다.
검찰은 2020년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당시 점수를 낮게 수정하는데 개입했다는 혐의로 한위원장을 기소했다. 검찰기소와 수사 이전에도 정권차원의 한위원장 사퇴압박은 지난 1년간 집요하게 계속되었다.
이미 그와 함께 수족으로 일하던 고위직 방통위 간부들이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지는 아픔까지를 감내하며 임기를 채우고자 했던 한위원장은 직에 연연하기보다 그를 내치고 입에 혀같이 잘해줄 것으로 여기는 인물을 이미 염두에 두고 방송장학을 꿈꾸며 언론계에 정권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조성코자 하는 그의 심리학적 사고를 간파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함께 한위원장을 국무회의 참석대상에서 배제하는 ‘망신주기’를 시작으로 6월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고 이어 검찰수사로 이어졌고, 여권고위직 인사들도 수시로 “전임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등, 수사기관과 감사팀은 비리찾기 먼지털이식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수사가 처음부터 한 위원작 축출을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예고된 조직적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한위원장을 집요하게 끌어내려는 이유는, 윤석열식 언론장악 의도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15년 전 언론계에 큰 상처를 남긴 이명박식 ‘언론장악’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뻔히 알면서도 추억의 시즌투를 반복하려는 것은 우려스럽기 그지 없다.
한위원장 면직 처분으로 공석이 된 방통위원장 자리는 당분간 김효재 상임위원이 맡았다. 조선일보 출신인 김 직무대행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과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후임으로 지목된 이동관씨는 이명박 정부인사로 대통령비서실 대변인,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시설 언론장악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방통위원장 내정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녀의 학폭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 낙마될 경우 김효재 직무대행이 직임을 꿰 찰 확률이 높다.
이또한 이명박정부 인사선호의 윤대통령 인사틀이 될 것이다.
야당은 “정권 언론장악 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대통령이 한전위원장에 대해서 부당하고 위법적인, 위헌적 면직조치를 강행했다”며 “민생경제가 파탄나고, 외교.안보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때에, 정부는 국가 역량을 방송장악에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올린글에서 “한 전위원장 면직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고 맞섰다. 방송, 통신이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무법통치에 훼손 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 방통위의 대대적인 감사와 수사에 나선 결국은 윤대통령의 면직처분이라는 강수로 매듭지어 졌다.
국민도 나라도 없는 그들의 세상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