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사랑합니다 고객님! : 감정노동자의 직업병
조경희 송원대학교 재활보건학과 교수
작성 : 2023년 06월 04일(일) 16:41 가+가-
우리는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고, 퇴근 후 쇼핑을 하거나 장을 볼 때 백화점이나 마트, 편의점을 이용한다. 때때로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들리게 되는 식당과 호텔, 리조트에서도 여러 감정노동자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 속 어디에서도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 감정노동자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감정노동이란 노동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감추고 고객의 감정에 맞추어 일하도록 강제되는 노동을 의미한다. 우리는 매일 여러 차례 감정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 서비스 업종의 확대로 인해 감정노동자의 규모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사람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슬프면 눈물 흘리고 웃기면 웃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대방이 잘못된 말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이에 불쾌감이나 불만을 드러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감정노동자들은 이런 자연스러운 감정을 표출할 수 없다. 고객의 감정에 맞추어 자신의 감정을 맞추도록 교육받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억울한 상황임에도 감정노동자들은 고객의 감정을 위해 억지로 사과하거나 억지로 웃어야 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비정상적인 감정 통제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심리적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우울에피소드, 불안장애, 적응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급성 스트레스 반응 등과 같은 다양한 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으로 정신적 질병은 산재로 취급하기보다 개인적인 질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은 흔히 산재라고 하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추락, 끼임, 넘어짐, 화재, 폭발 등의 사고를 떠올릴 것이다.
일부 정신 질병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역시 고객이나 손님의 폭언, 폭행 등 특별한 사건에 기인한 경우에만 산재가 인정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감정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적인 질병이 발병했다면 이 역시 산재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산재의 또 다른 표현은 ‘업무상 재해’이다. 업무상 재해는 크게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나뉘는데, 업무상 질병은 다시 사건·사고에서 기인한 ‘사고성 질병’과 사건·사고는 없었더라도 업무에 내재되어 있는 유해 위험요인에서 기인한 ‘직업성 질병’으로 나뉜다. 따라서 특별한 사건에 기인하지 않았더라도 지속적인 감정노동으로 인해 정신 질병이 발병했다면 이 역시 직업성 질병으로서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는 콜센터 노동자이다. 정신건강의 측면으로 보았을 때 고객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그로 인한 우울감을 경험하여 정신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고객들의 강한 감정표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면서 심리적인 불안감도 심한 편이다.
이뿐만 아니라 근골격계질환, 방광염, 성대결절, 이명 및 청력저하와 같은 다양한 질병의 유병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 상황을 통해 전염병 감염에도 취약한 근로 환경임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질환들은 업무 과중 및 적절한 휴식시간, 휴게시설을 보장받지 못하는 업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2022년 8월 18일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에 명시된 사항에 따르면 사업주에게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만약 휴게시설을 갖추지 않아 휴게시설의 설치관리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이러한 규정들이 마련되어있기는 하나, 보다 구체적으로 사무공간에 인접한 화장실과 야간노동 시 이용할 수 있는 수면 공간을 비롯해 사무실과 분리된 적절한 휴식공간과 같은 세부적인 언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염병 위험시기에도 노동강도가 오히려 강해지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휴식공간 내 감염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방식(가림판 설치, 시간제 운영 등)을 통해 근무하는 동안 언제든 휴게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동자의 휴식권에 대한 적극적인 보장이 필요할 것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기업이 고객과 만나는 최접점에서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해당 기업의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콜센터 노동자와 그 외의 노동자들에게 감정노동 논의를 넘어서 보편적인 안전한 일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확장된 논의가 필요하며, 나아가 근본적인 노동자 건강권 추구를 위해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