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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오르골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5월 23일(화) 16:50 가+가-
술병 따는 소리는 가히 어느 악기도 따를 수는 없었다. (돌려 따기 전의 술 뚜껑 시절). 술에는 소리와 맛이 겸한다. 술을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사람이 아니고 술이 내는 소리라며 “카~”하고 탁주 잔을 내려놓는다. 누구나 카~ 소리는 치명적인 맛의 소리로 기억한다. 분명, 이 소리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방송에서도 소개 못 한 소리다.
코로나 19가 한창인 2020년이다. 국내 첫 출간 후 2년 만에 무려 14쇄를 찍으며 기염을 토한 베스트 셀러가 있다. 이름하여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다.
그의 또 다른 저서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의 책이 있다. 포도주병에서 코르크가 뽑히는 소리, 술을 따를 때 찰랑거리는 소리, 유리잔에서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를 극찬하는 예술적 표현의 작가다. 캐럴라인 냅은 1990년대에서 2000년 초반까지, 미국의 젊은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일종의 알콜 중독과 거식증 경험을 낱낱이 솔직하게 드러낸 실록과 같은 책으로 공감을 크게 얻은 책이다.
그가 술의 소리 예찬은 어느 작가에게도 그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의 삼겹살집에는 소주병 따는 소리를 실감(實感)으로 내는가에 경주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돌려 따는 편리의 신세계로 병 따는 소리는 전설에 묻히고 말았다.
소주병 따는 소리의, 아쉬움일까? 소주병을 따고 첫 잔을 따를 때 내는 소리다.
콸콸콸과 똘똘똘의 사이에 이르는 소리는 현대의 악기로는 따를 수 없다.
오르골이라는 악기가 있다. 72개의 건반을 사용한다. 뮤지컬로 유명한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악기다. 어느 애주가는 소주의 첫 잔을 따르는 소리는 일명 오르골의 소리도 따르지 못한다 한다. 소주 따르는 소리의 예찬가다. 오르골은 독일어다. 우리말로는 오르간이나 거문고쯤의 소리로 보면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 서는 작은 보석함 통에서 꺼내어 부르는 오르골도 있다. 이러한 오르골은 사용하기 편하고 작게 만든 버전으로 보면 된다.
오르골의 버전은 수십 종에 이른다. 우리나라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도 소개된 악기다.
소주를 마시면서 소주 따르는 소리를 음미하지 않는 것은 애석한 주법이다.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두 병째의 술집을 가는 것은 소주 따르는 소리 때문이다. 절대로 술을 더 마시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미묘한 주장을 한다. 술의 이야기니 그러려니 웃어 넘자. 앞으로 소주를 만드는 주류 회사에서는 도수의 중요보다는 소주를 따를 때, 콸콸콸이냐 똘똘똘 이냐에 판매의 전략을 세우는 것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가령 물병과 같은 병을 술집에 비치하는 것이다. 병에서 소주를 따르며 명쾌한 거문고 소리가 나게 한다면 그것은 분명 새로운 예술이다. 그래 바로 이 소리야! 를 외칠 때 소주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밤 10시 면 야심 차게 방송에서는 맥주 선전을 한다. 당연하게 콸콸콸 소리는 맛의 소리다. 그 시간에 애주가는 유혹을 떨치기에는 무던히 인내가 요구된다.
포도주의 잔은 둥글넓적 크다. 병을 높이 들고 따르는 소리는 가히 시냇물 소리보다 맑고 청아하다. 다분히 자주 소리를 듣기 위해 작은 양을 따라가며 수시로 포도주 따르는 소리를 듣는다. 비 오는 날 빗소리와 포도주 따르는 소리는 클래식 소리다. 거기에 최백호 노래나 장사익 소리를 겸하면 그것은 소리의 절대 치다.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의 권일송 시인은 술 따르는 소리에 매우 민감했다. 넘치게 따르지 않고 삼분의, 이만을 따르며 수시로 콸콸콸콸 소리를 내도록 했다.
술은 소리로 마시는 것이라며 소리에 취하기도 했다. 소주를 좋아한 모 교수는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소주 따르는 소리를 듣기 위해 필라델피아에서 LA까지 차를 몰고 가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다음 날 돌아오곤 하였다. 콸콸콸 소리 하나 듣겠다고 일 곱 시간을 달려가는 것은 술의 소리를 아는 사람이다. 막걸리를 사랑한 천상병 시인도 평소에 막걸리 따르는 소리를 그렇게 좋아하였다.
술은 소리에 반이 취하고 알코올에 반이 취하는 것이 진정, 애주가다. 술 따르는 방법은 예술과 같이 진화한다. 그 옛날의 선비들은 호루병에 술을 넣어 백자 잔에 조심스럽게 바람 소리를 들으며 따랐다.
지금은 소맥을 말며 숟가락으로 유리잔의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는 유난스럽다.
젓가락으로 아랫술을 위쪽으로 휘젓는 소리는 예술이다.
오늘도 우리는 병목현상! 브라보! 브라보! 사이에 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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