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밥상물가 잡아 ‘생존욕구’ 책임져야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3년 05월 22일(월) 16:48 가+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임상심리학자 매슬로우(A, H, Maslow)가 자신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1943년에 발표한 욕구 5단계 설이 반드시 제시한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사회에서도 그 이론을 인용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이론에 의하면 가장 밑바닥에 생존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생존욕구는 이처럼 인간의 모든 욕구의 기본이며 원초적인 욕구이자 헌법에서 규정한 생활권적 기본권이다. 다음은 최근 우리나라가 밥상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의 배고픈 삶에 대한 주요 일간지들의 취재 보도내용들이다.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고물가, 밥상물가 고공행진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포기하도록 방치하는 간접살인 행위에 해당된다. “식사 포기”, “밥상에서 비빔밥, 고등어, 미역국도 없어졌다”. 고물가 직격 어려운 경제에 취약계층 향한 온정도 뜸해져 치솟는 물가는 가난한 이들의 삶부터 괴롭힌다. 밥상 물가가 오르면 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하위 20% 가구는 올해 2분기 기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세금 등 고정 지출 제외한 소득) 93만 9,968원 중 42%(39만 4,891원)를 식비로 썼다. 반면 소득상위 20% 가구는 14.4%, 전체 평균은 19.4%였다. 그래서 저소득 가구는 돈에 쪼들리면 먹는 걸 포기한다. A 씨의 경우 좋아하는 비빔밥을 마지막으로 언제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하며 그는 “한 소쿠리에 2,000원이던 나물이 5,000원, 참기름도 한 병 3,300원에서 7,000원까지 올랐다”며 “어쩌다 시장에 가도 선뜻 손이 가는 물건이 없다”라고 털어놨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한 부모 가정 역시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어린 자녀에게 필수 영양소가 든 유제품이나 채소를 먹여야 하지만, 가격표를 보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18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 B 씨는 돌봄을 부탁할 사람이 없어 일을 포기했다. 생계급여와 한 부모 양육수당을 합쳐 한 달에 120만~130만 원으로 생활하는 그는 갈수록 먹성이 좋아지는 아이를 볼 때마다 흐뭇함 반, 걱정 반이다.
B 씨는 “먹는 양은 느는데 계란이나 채소 값은 끝도 없이 오르니…”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 촌 주민들 사정도 비슷했다. 장애로 왼팔, 다리가 불편해 요리를 하기 어렵다는 60대 주민 C 씨는 요즘 하루 한 끼로 버틴다. 반찬도 복지관에서 나눠 준 김치에 직접 물을 붓고 끓인 찌개뿐이다. C 씨는 “식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월 20만~30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 어쩔 수가 없다.”라고 했다. 미역국과 시금치무침을 좋아하는 D(65)씨의 밥상 역시 조개젓갈 몇 점과 조미 김으로 단출해졌다. 비싼 소고기는 언감생심이고, “돈이 궁해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으려면 식비를 아끼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가난해진 밥상은 영양 결핍과 건강 불균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쪽방 촌엔 약봉지를 달고 사는 주민이 태반이다. E(64)씨는 신경정신과약, 관절약, 간경화약 등 4종류의 약을 복용하기 위해 끼니를 거를 수 없다. 할 수 없이 삼시 세끼 간장 밥만 먹는다. 온정의 손길도 ‘뚝’…대책은 어디에?
필자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한 가지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식재료 관세를 면세하여 가격조정을 하자. 소고기나 돼지고기, 밀가루를 비롯한 각종 곡물류의 수입관세를 일정한 기간 면세하여 이미 많이 오른 음식 값을 되돌리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밥상물가를 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다행히 정부는 FTA를 통해 전자, 기계부품 등 산업재에 대한 관세는 상당 부분 철폐했지만 소고기와 같은 농축수산물에 대한 관세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FTA 이전 40%에 달했던 소고기 관세율은 15년에 걸쳐 매년 2.6% 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아직 10%가 넘는 높은 관세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에 이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밥상에 오르는 외국산 각종 식재료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음식점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 면제해 주자. 음식점에서는 부가가치세 10%를 더 계산하여 받고 있다.
이 10%를 일정기간 면세해 줌으로써 관세 면세액과 부가가치세 면세 액을 합하여 음식 값을 상당비율로 내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종합적으로는 이렇게 할 경우 정부의 세입예산에 상당한 세수결함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출예산 조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편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만큼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 관련 사업이 잘 되어있는 나라가 드물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각종 인프라 관련 사업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밥상물가를 잡는 일에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통 큰 결단에 국회도 동참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여야를 막론하고 인프라 관련 사업을 비롯한 선심성 사업예산으로 선거 치러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버리자. 음식 값 잡아 서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