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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혼자 켤 때다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5월 02일(화) 16:52 가+가-
주례자가 없는 결혼식이다. 어느 때부터인지 모른다. 요즘 결혼식은 양가의 아버지가 주례의 말을 하기도 한다. 주례자를 두지 않는 이유는 뚜렷한 이유를 말하는 이는 없다. 10명 중 8명은 주례자를 두지 않는 것이 결혼식장 분위기다.
결혼식을 앞두고 주례자를 선택하기에 고민해 왔다. 마땅하지 않아 식장에서 추천하는 주례자를 택한, 경우도 있다. 원래 주례 선생님은 존경하는 은사나 존경하는 집안의 어르신께서, 주례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한 관행 또한 당연할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주례자라는 의전이 사라지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분명 변화는 변화다. 무엇이 좋은지 모르나 주례자를 두지 않는 결혼식이 어색하지 않다. 시인의 어머니를 둔 신랑 신부는 주례자 없이 어머니의 축하 시를 낭송 받는 것으로 대신한다. ‘축하’의 시에는 주례자가 해야 할 말들이 모두 들어 있다. 분명 결혼식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시인이 시집을 펴내며 해설을 뒤쪽에 게재하는 것은 마치 결혼식의 주례사처럼 축사의 의미가 담긴다. 원래 취지는 시를 기탄없이 평론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집을 내는 시인의 시집에 기탄없는 평설을 하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결혼식의 축사처럼 덕담의 평설이 됐다.
시인들은 천편일률적인 축사가 싫은 모양이다. 최근 들어 시집을 내면서 시집을 내는 시인 스스로가 시의 자설을 쓴다. 최규창 시인이 <아이야 영산강 가자>를 펴내며 후기라는 말을, 빌어 자설을 쓴다. 독자의 반응은 진솔한 시집으로 읽힌다는 평이다. 그러면서 시인이 시의 배경을 설명하여 주는 것이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크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해설을 누가 써주느냐에 시집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이름이 알려진 평론가에게 해설을 맡기면 시집에 대한 인식이나 품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기형도 시인이 김현이라는 평론가에 의하여 일약 스타 시인이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이 같은 말은 몇몇 시인의 견해이기에 정설로 받기에는 무리다.
분명한 것은 시의 평론이 아닌 축사가 되어버린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는 없다.
어느 경우는 시집의 평설자가 문학단체 심사위원이 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설을 쓴 심사위원은 심사의 기준이 기울게 된다. 매우 낮 뜨거운 일이지만 시인이나 해설을 써준 양자에게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참된 미(美)를 찾는 것이라고 촛불의 시인 신석정은 말한다. 신 시인의 말처럼 미에 도착하려는 마음이 모든 시인의 본류인지 모른다. 미에 도착하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제고된 정신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한 사람의 시인이 자기 자신을 통하여 얻어지는 미는 진리가 된다. 진리는 인류문화의 광채를 던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인이 미를 추구하는 목적은 진리라는 투명의 길을 가려는 것이다. 그 투명의 진리가 간단하지 않기에 시인은 홀로 고민한다.
서정윤 시인은 <홀로서기>(2002년)라는 시로 독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홀로서기는 혼자 사는 사람의 예찬은 아니다. 시인이 말하는 홀로서기는 외로움, 사랑, 그리움이라는 만인 공유의 보편적 세계에 닻을 내림으로써 사람의 감성에 도달함을 말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라는 시적 표현은 대중 속, 모든 분야에서 이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보편이 되었다. 현대 사회는 더욱더 고독과 소외로 빠져드는 문명사회다. 그 길에서 어떻게라도 살아남는 것은 홀로서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 속에 홀로서기의 시는 독자의 가슴으로 찾아가는 길목이 되기에 충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가문비나무>의 노래를 쓴 마틴 슐레스케는 “진실은 홀로 들을 때 알맞게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한다. 가문비나무로 만든 바이올린을 듣는 마음도 홀로 들을 때 가장 진실로 와 닫는다는 말을 한다. 영혼의 깊은 곳을 가려거든 혼자서 가보라는 말로 들린다.
봄이 가는 길목이다. 마지막 봄비가 홀로 내린다. 가로등 옆으로 내리는 비는 수묵색으로 멀어져 간다. 어떤 비는 가로수의 어깨 위에 덥히듯 내린다. 수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비는 실지로 내리는 순간 홀로서기다. 신석정 시인이 켠 촛불은 홀로다. 달빛도 혼자서 내린다. 떠오르는 태양도 홀로서기를 해왔다. 내 작은 방안의 풍경은 홀로서기의 시간이다. 홀로서기는 인간의 진실이며 가장 절정일 때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홀로서기가 진리와 진실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서정윤 시인은 “홀로서기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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