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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을 매력으로 생각하는 사람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4월 11일(화) 16:51 가+가-
글을 쓰는 일을 하는 것도 일종의 ‘유혹’이라는 작가도 있다. 유혹이라는 표현은 약간의 폄하가 들어 있는 것 같아 쉽게 동의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매혹이라고 할까. 아니면 사랑이라고 할까. 까놓고 보면 유혹이나 매력이나 사랑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불순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단어는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임경선 작가는 프랑스 사람들이 유혹하는 모습을 그린 저서에서, 흥미롭게 분석한 적이 있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 <프랑스 남자들은 뒷모습에 주목한다>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임 작가는 프랑스 사람을 일컬어 자유, 평등, 그리고 유혹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라 본다. 프랑스 대통령은 여러 나라 대통령에 비교하면 외교술이 화려하다. 대통령은 화려한 손 키스를 한다. 정치가는 물론, 교황, 자동차 정비사를 만나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이 된 마크롱의 결혼도 그렇다. 고등학생 마크롱은 선생님을 사랑하고 나이 차를 극복, 결혼한다. 프랑스는 이러한 사랑도 아름답게 보았고 그를 대통령으로 지지했다. 그는 소수당의 계파도 없는 정치인이었다.
프랑스는 유혹의 상품과도 밀접한 나라다. 세계에서 향수를 가장 선호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의 방탄 소년단의 일곱 명 이름을 붙인 향수를 판매한 일도 그렇다. 방탄 소년단 개개인의 이름이 붙여진 많은 물량의 향수는 하루가 가기 전 동이 나기도 했다. 여성의 미적 관능의 매력을 뽐내는 란제리 제품이 유독 발달 된 나라다. 1654년에 출간된 소설 클렐라(Cielie)의 뒷장을 유심히 본다. 책의 뒤편에 부록처럼 접어진 부분을 펼치자 지도가 나타난다. 평화로운 마을의 전경이다. 지도에는 선호라는 잔잔한 강, 무관심이라는 호수, 열정을 대변하는 바다 같은 평화로운 마을이 그려져 있다. 이 지도는 오늘날까지 프랑스 문화 속에 살아 있다.
수년 전 란제리 회사 프렝세스 탐탐은 이 지도를 여자 파자마의 패턴으로 사용했다. 조금은 이해가 어렵겠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역사 속의 유혹에 대한 의미를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를 오늘날에도 즐긴다는 이야기다. 18세기 후반 유혹은 에로틱하게 즐기면서 정치적으로 전략을 세우게 하는 고결한 능력이 되었다. 다시 말해 프랑스인들은 유혹을 사악한 힘에서 선한 힘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고급 와인 한잔, 로맨틱한 약속, 매혹적인 향수, 활기 넘치는 단어 사용이 나를 유혹하는 사람의 매력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프랑스는 시인이 가장 많은 나라다.
흔히들 프랑스는 로맨스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구경한 관광객들은 느낄 것이다. 궁전은 아름다움으로 덧칠한 역사다. 정원은 사랑의 낭만이 깃들어 있다. 프랑스의 영화는 기본이 에로틱하다.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말을 만든 나라다.
미국인들은 ‘섹스하자’고 말하고, 프랑스인들은, ‘사랑을 나누자’라고 말한다. 이것은 표현의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두 가지 관점이다.
프랑스에서 17세기에 만들어진 <돈주앙> 연극만 해도 그렇다. 연극은 전형적인 프랑스 유혹자의 신화를 그렸다. <돈주앙>은 거짓말을 하면서 귀족 여성과 평민을 가지고 논다. <돈주앙>은 옳은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혹자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위선자다. 오로지 정복에만 관심이 있고 넘어온 여자는 가차 없이 버리고 떠난다.
“갖가지 달콤한 배려로 아리따운 젊은 아가씨들의 마음을 녹이고 그녀의 일상에 천천히 변화가 생기는 것을 직접 경험한다. 내 마음을 알아 달라고 그녀를 조심스럽게 설득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내 것이 되고 나면 더는 설득할 것도 원하는 것도 없다. 요컨대 열정의 추격은, 즐거움으로 끝이 난다.” 결과는 돈주앙이 지옥으로 간다. 이러한 유혹의 <돈주앙>과 같은 극을 프랑스인은 오늘날까지도 매력으로 즐긴다는 점이다.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나라. 향기가 없는 사람은 미래가 없다는 나라. 공인의 사생활은 묻지 않는 나라. 섹시함이 엄격함을 이기는 나라가 프랑스다.
그러나 유혹과 낭만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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