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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도 열을 뿜어내는 타이탄 아룸꽃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4월 04일(화) 16:49 가+가-
독일의 정원 박람회다.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여의도 크기의 정원에서 모습을 뽐낸다. 장미부터 흔히 보는 호박꽃도 있다.
들판에서 흔히 마주는 여뀌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밭두렁을 걷다 보면 흔하게 발끝에 부딪히는 풀이 여뀌다.
들풀도 꽃이라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이 떠오른다. 독일의 정원 박람회에서는 들풀의 하나인 여뀌도 정원 박람회의 주연으로 명단에 올려주었다. 심지어 밭두렁에서 마주치는 먹때깔(까마중) 나무도 있다. 포도나무도 있다.
그 옆 포도주 하우스에서 시음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날 때는 세찬 비바람이 불었다. 한 걸음도 갈 수 없는 소나기와 바람이다.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와인 하우스에 앉았다. 그칠 줄 모르는 폭우에 일행은 포도주를 몇 병째 비워주었다. 살다 보면 여정에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며칠 보내면서 박람회를 구경한다. 가장 인기가 있는 정원의 꽃은 장미다. 수많은 꽃 중에 유달리 장미농원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 존도 있다. 다 헤아릴 수 없는 정원수지만 유독 장미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장미꽃은 기분이 좋겠지만 다른 나무와 꽃들은 다소 서운할 것 같다.
한참을 돌다가 사람들이 모여드는, 식물 쪽에 발길이 멈춘다. ‘타이탄 아룸’이라는 식물이다.
‘타이탄 아룸’을 보면서 좌초된 타이태닉 배가 생각이 났다. 타이탄 아룸은 일명 시체꽃이라 한다. 그 냄새가 지독해서다.
방독면 기구를 끼워야만 가까이 갈 수 있다 한다. 지독한 냄새는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의 유혹을 위해서다. 사람은 싫어하지만, 파리와 딱정벌레가 이 냄새를 좋아한다. 꽃이 피는 것은 뉴욕에서 80년 만에 꽃을 피워 관심이, 된 적이 있다.
독일의 정원에서도 물론 꽃은 피우지 않았다. 안내자의 말에는 1937년 뉴욕 식물원서 피우고 79여 년이 지난 2016년 7월에 다시 꽃을 피웠다.
전 세계가 뉴욕 식물원에서 피우는 타이탄 아룸을 집중 조명 했다.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세계에서 뉴욕의 식물원에 관람을 위하여 모여들었다. CNN은 전 세계로 생중계를 하였다.
지금은 전 세계 70여 개 이상의 식물원에 옮겨 심어 전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없는 식물이다. 오랜 기간에 피우는 꽃이지만 단 이틀만, 개화한다. 타이탄 아룸은 피워내는 꽃 중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다. 이 꽃의 길이가 무려 3m에 너비는 1.5m까지 자란다고 한다. 단 여기서 꽃이란 한 송이를 말하는 게 아니라, 꽃대에 달린 꽃 전체를 일컫는다는 것을 짚고 넘어간다. 타이탄 아룸의 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꽃차례’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도 흔히 타이탄 아룸의 꽃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라 하는 이유는 꽃차례 전체가 하나의 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타이탄 아룸의 꽃가루받이 전략의 ‘화룡점정’은, 바로 ‘열’이다.
타이탄 아룸은 냄새를 더 멀리 퍼뜨리고자 불염포 가운데로 길게 솟아 있는 연두색 기둥을 뜨겁게 달군다. 오로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로 열을 발산하는 것이다. 30도에서 36도까지 올라가는 열은 불염포 내부를 데워 냄새를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게 한다. 사람의 체온과 같은 열을 올린다. 타이탄 아룸은 이틀이라는 짧은 개화 시간 동안 성공적인 꽃가루받이하기 위해 꽃차례에 거대한 크기, 강렬한 색깔, 지독한 냄새, 높은 온도 등의 촘촘한 설계를 한다. 한 번의 꽃을 피우기 위해 식물 중 가장 많은 열정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래서 타이탄 아룸은 매년 피우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적어도 3년에서 7년이 걸려야 피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꽃이 있다. ‘앉은 부채’ 꽃이다.
영어 이름은 재미있는 스컹크 양배추(Skunk Cabbage)다. 이 식물은 타이탄 아룸처럼 독특한 냄새와 생김새로 우리나라 시체꽃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독특한 냄새와 생김새로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곤충을 불러 모은다. 앉은 부채도 자신의 냄새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 열을 내뿜는다. 겨울이 끝나는 이름 봄에 피워내는 앉은부채는 때아닌 눈이 온다 해도 두렵지 않다. 자신의 열로 눈을 녹여버린다. 이 꽃이 질 때쯤 나오는 잎은 양배추 잎처럼 크게 자란다. 그리고 맛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전체에 독이 있어 생으로 먹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앉은 부채의 꽃말이 재미있다. ‘내버려 두세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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