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청진기는 생각이다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3월 28일(화) 16:47 가+가-

“손가락을 소중하게 아껴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말이다. 직업에 따라 진중하게 관리를 하는 부분이 있다. 조성진은 둥근 공과 관련된 것이나 손으로 하는 스포츠는 하지 않는다. 테니스와 같은 운동, 요리도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칼을 손에 잡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은 음악이다. 음악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생활이다. 특별한 취미가 없다. 음악을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인터뷰다. 노래꾼의 마이클 잭슨도 생전에 그런 인터뷰를 했다.
꿈이 뭐냐고 묻는다. 노래를 잘하는 것이다. 아침에 식사 기도에도 신께 노래를 잘 하도록 간구(懇求)한다는 기도문을 말했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미국 역사상 가장 겸손하고 인격의 지도자로 평가순위에 오른다. 그는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가지려는 태도의 대통령이다. 배려와 존중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권력자에게 그렇다. 진심으로 다가가고 진실로 시민을 대할 때 평가될 수 있다.
시인은 바른 삶의 태도를 바라보는 부류다. 시인의 청진기는 생각이며 다시 펜으로 연결이 된다. 이생진 시인은 사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시인이다. 화가에 대한 시를 많이 발표했다. 밀레나 고흐에 대한 시를 보면 울림이 크다. 고흐의 주치의이며, 고흐가 그린 그림 중에 가셰 박사(1828~1909)가 있다. 정신과 의사다. 고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댄다. 자기와 흡사한 진동에 머리를 기울인다. 고흐가 보기에는 자기 증세와 비슷한 가셰 박사다.
가셰 주치의는 베풀며 사는 의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난한 고흐를 진찰하고도 그림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고흐에게 그림을 무상으로 선물을 받고 싶었다. 두 점의 그림을 선물로 받고도 딸의 초상화를 부탁하는 얌체다. 딸은 초상화를 그리면서 고흐를 사랑하게 되었다. 딸이 고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셰 박사는 딸에게 말한다. 고흐는 정신 질환에 불치의 병이 있는 화가라고 말해준다. 딸은 그것은 아버지의 마음이라고 뿌리친다. 스물한 살의 맑은 마리그리트가 곱게 단장하고 예쁜 드레스 차림으로 꽃밭에 서서 그림의 모델이 된다. 그 모습이 연정이 되어 고흐를 향한 화살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 고흐는 틈만 나면 스며드는 사랑의 핵을 마르그리트 가슴에 쏘았다.
고흐의 그림 중에 피아노 치는 여인이 마리그리트다. 정원에 서 있는 마르그리트 그림도 고흐가 1890년 6월에 그린 그림이다. 고흐는 마르그리트가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 그렇게 행복했다.
나비와 같은 손으로 건반을 두들긴다.
화가는 청진기를 귀에 꽂지 않고 눈에 꽂는다. 눈으로 청진기를 대고 구도를 잡고 원근을 긁어다가 색칠을 한다. 은유하면 화가에게 눈이 청진기다. 피아노를 치는 마르그리트도 다르지 않다. 그의 청진기는 손가락이다. 건반에 손가락을 대고 사람들의 가슴에 음을 전달한다.
고흐의 그림 중 가셰 박사 초상화는 1890년에 그렸다. (신시아 살트만 지음, 강주현 옮김) 유령처럼 생기고 노란 모자를 쓴 그림이 가셰 박사의 초상화다. 가셰는 의사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고흐가 그린 초상화로 오늘날까지 명성을 날린 정신과 의사다.
이생진 시인은 이런 시를 쓴다. ‘사랑은 아름다워/ 실패해도/ 아름다워’ 가셰 박사의 딸을 사랑하는 고흐를 상상하면서 쓴 시로 보인다.
예술은 미치거나 사랑하는 자의 것이다.
고흐는 하나의 작품을 그리는 동안은 그 소재에 빠지는 것을 보인다. 고흐의 그 유명한 오베르 교회가 있다. 그림은 건물이 무너질 듯이 휘어진 선으로 표현한 것이 오베르 교회다. 고흐는 오베르 교회를 그리기 위해 죽음 가까이 이젤을 세운다.
오베르 교회 오른쪽에는 고흐가 묻힌 묘지가 있다. 묘지 옆에는 그가 마지막 그림으로 그린 밀밭이 있다. 고흐는 죽음을 예측하거나 그것을 예상하고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오베르 교회와 밀밭을 그리기 위한 그의 눈의 청진기였을 것이다. 고흐의 그림은 늘 그림 속에 사람은 혼자다. 혼자라는 것은 자신의 상황을 묘사한 것으로 추측을 한다.
지금 오베르 교회의 목련도 잎이 나오기 전 외롭게 피울 것이다. 마그리트의 피아노 소리에 목련도 귀 기울일 것이다. 고흐의 마지막 총소리가 다가오고 있다. 사랑도 죽음도 바짝 다가오는 것에 있다는 것을 고흐의 그림을 통해 알게 된다.
고흐의 위대함은 눈의 청진기였다는 사실. 그 청진기를 갖고, 싶은 시인이 이 땅 위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