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받던 존재에서 부양하는 존재로 노인시대 열어가야…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3년 03월 27일(월) 16:49 가+가-

2009년 유엔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를 선포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의 평균수명은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를 내다볼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 대 초반 최 빈 사망 연령이 92세를 돌파했다. 한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연령 대인 최 빈 사망 연령은 수명 증가 속도를 논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많은 생명 과학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 최 빈 사망 연령이 120세를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장수시대의 가장 큰 재앙으로 여기고 있는 치매를 정복할 날도 머지않았다.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 미니 뇌를 대량으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의학계에서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치매 예방주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야말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오랜 꿈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의학과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 속도에 비해 개인의 의식이나 제도, 사회 시스템의 변화는 너무도 느리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장수 시대가 축복이기만 할까? 당장 은퇴 후 60년이나 남는 긴 시간을 대체 뭘 하며 살아야 하나, 의식주를 유지할 재산은 있나, 몸이 아프면 누가 나를 부양해 줄까 등 현실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 앞에 모든 세대는 위축되고 있다. 이것은 비단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의료시스템, 복지,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분출되고 있는 세대 간 갈등양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실시한 세대별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세대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대 갈등은 계층·이념 갈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주요 갈등 축 중 하나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10~13일 4일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가운데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 추출을 통한 1000명(각 조사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세대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향후 세대 갈등 해소 전망도 밝지 않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49%)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세대갈등이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았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41%였고,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7%에 그쳤다.
세대 갈등은 특정 세대에게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더욱더 염려가 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는 80세 생애주기에 맞춰 인생을 설계해 왔다. 즉 20대 중후반에 취업해서 30년 정도 열심히 일하다가 60세 전후로 은퇴한 뒤, 남은 20년은 편안하게 노후를 즐기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내 부모님이 평안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은퇴 후의 보완설계, 뿐만 아니라 내가 노후에도 이런저런 걱정 없이 남아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미래 공동체가 세대 모두의 꿈으로 이어지는 프레임을 짜야한다. 노년이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는 사회, 이것이야말로 120세 시대가 두려움이 아닌 살아보고 싶은 미래가 될 핵심 열쇠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 젊은이들과 노인 세대가 공동으로 느끼고 있는 세대 갈등의 문제를 총론적으로만 접근할 일이 아니라 단계별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 실천해 가야 한다. 이 같은 인식을 기본으로 하여 1단계 작업으로 65세 이상 노인들 중 일할 수 있는 건강과 역량을 갖춘 희망자의 명단을 작성하여 비치하고,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제조업 분야 중 소재, 부품, 장비 제조업체와 단순 업무를 취급하는 기업에 연결해 주어서, 기업 상황에 적합한 고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조속히 시행해 볼 것을 권장한다. 노인을 고용함으로써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일부 나마 보완해 갈 수 있을 것이며, 인력난도 조금은 개선이 될 것이다.
면접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1년 단위로 계약하여 면접 시 놓친 건강 관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급여는 젊은이들이 받는 급여의 절반 수준 정도로 하여 지급하되, 4대 의무보험 중 건강보험료만을 지급함으로써 기업의 급여부담을 줄이고 윈윈전략으로 고용 프레임을 짠다면,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폐업의 위기에 있는 3D업종을 비롯한 소·부·장 제조업의 인력난도 해결하고, 일부일 테지만 셀프 부양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됨으로써, 노인은 단순히 부양받는 존재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부양하는 사람으로, 존경의 대상으로, 자기완성적 존재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몇 군데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반응이 좋을 경우 전반적으로 시핼 할 것을 제안한다.
나이 듦이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새 길을 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