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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같은 말 쓰는 나라 ‘북한’, 한·일보다 진정성 있는 관계 개선 필요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3년 03월 20일(월) 16:52 가+가-
3월 16일의 한일 정상회담은 수준이 낮은 필자로서는 고상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표현하기 매우 어렵다. 반성과 사죄 없는 해법은 그 어떤 능변과 웅변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언어유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기에 가급적 긍정적인 접근을 통해 응원하고, 건설적인 비판을 함으로써, 국가를 이끌어가는 통치권자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강제 징용 피해 배상 해법 발표 직후 여론조사를 보면 67%가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해법에 대해서는 58%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일본과 관계 개선은 필요한 데 일본으로부터 사죄도 받고 배상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서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제 바라 건데 기왕에 한 회담이니 양국의 지도자들이 상호 호혜와 평등에 의한 건전한 관계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참고로 고 김대중 대통령이 1998년 일본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여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의회에서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며 미래를 열어간다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연설하였다.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는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두 나라의 선조들에게, 그리고 장래 후손들에게 부끄럽고 지탄받을 일이지 않겠습니까?” 이는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킨 획기적 선언과 연설로 평가받았으며 절제해 왔던 우리 국민감정의 무게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본에 전달한 관용과 화해의 손짓이었다.
한편 오부치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 사실을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라는 내용을 공식 합의 문서에 명시했다. 그러나 그 후, 일본의 반응과 그들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속상하고, 불쾌하였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사이가 좋지 않을 때 두고 쓰는 용어인 다시는 말 섞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의 위상과 경제적으로도 이제는 대등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통 큰 결정을 한 것이라고 여겨서 존중해 주는 것이 기본 예의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나라에 3국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2국 체제를 인정하여 새 시대를 견인해 가는 외교적인 노력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이미 민주주의의 우월성이 증명된 마당에 공산주의로 매도하면서 적으로 간주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하여 함께 국제 사회를 개척해가는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통일은 주민들이 그들의 체제와 우리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비교 검토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평화 통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현 김정은 시대는 정치적으로는 김일성 시대와 유사한 집단적 정책 결정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결정 내용을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당 중앙 군사 위원회 회의 개최 사실조차 극비에 부쳤다. 반면 김정은 시대는 회의를 개최하면 결과와 사진을 함께 공개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과감하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상업과 무역 등을 통해 ‘돈 주(돈 주인)’라는 신흥 자본가 계층이 급성장할 정도로 시장경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계획경제와 민간 자본이 공존을 넘어 경쟁하는 시대로 진화한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학수고대했던 비핵화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과제다. 이미 비핵화의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라고 진단을 해도 틀리지 않은 것이,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은 ‘돈’인데, 미국 등 강대국이 비용 부담은 제시하지 않고 회담만 하면 무슨 성과가 나오겠는가? 북한과의 협상에 실패한 것은 비핵화를 너무 간단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야기하는 비핵화 개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개념이다. 핵무기, 중장거리 미사일, 생화학 무기까지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그보다 낮은 수준의 비핵화를 생각했다. 핵무기와 그것의 제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 생산시설의 폐기 정도다. 미국과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입장이었다. 한미 간에도 대북 정책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진행되기 어려운 비핵화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관계 개선에 비중을 두면서 북 핵을 명분 삼아 우리도 핵 주권국으로 나설 때에만이 열강과 대등한 외교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국내의 일부 지도자들은 미국 등 강대국의 눈치 보기로 비핵화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지만 같은 민족, 같은 말을 쓰는 북한과 관계 개선이 되면 더욱 힘 있는 국가가 되지 않겠는가? 한반도 위기관리는 우리가 먼저 실천하자. 북한을 견제하는 것, 공존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우리에게 보다 미래지향적이겠는가? 2국 체재에서 평화 통일로… 아시아의 주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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