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향기로 매혹한 매화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 <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1월 31일(화) 16:50 가+가-

매화의 시간이다. 시선이 닿지 않는 척박한 곳에서조차 최선을 다해 피고 지는 매화다.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 한시가 기품이 있다. 매화는 추위를 겪어야 향기를 발한다는 뜻이다. 한시(漢詩)에 나타난 꽃들의 등장에는 단연 매화가 으뜸이다. 신라 말기(900년대)부터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현종(顯宗,1659~1674)조 전후까지 ‘한국문집총간’의 100책에는 선학들의 꽃에 대한 시제들이 들어있다. 자료에 등장하는 작가는 348명이 지은 10만6천 여수의 시가 있다. 그 가운데 시제(詩題)에 꽃이 나오는 것은 3,006수다. 꽃의 종류는 106종이다. 성경과 시경에 나오는 꽃의 종류와 비슷하다. 선비들은 하나같이 매화에 대한 시제를 즐긴 것으로 나타난다. 매화는 727회 주연급으로 등장, 그 매력을 회수로 가늠하게 한다. 이어서 연꽃 435회, 국화 405회, 도화 233회, 행화(杏花, 살구나무) 91회, 이화 80회, 난 75회, 모란 71회, 해당화 62회, 철쭉 60회, 작약 53회, 석류 52회, 노화 52회, 백일홍, 43회, 동백, 41회, 앵도 29회, 규화 23회. 훤초 18회, 금잔화 16회, 치자 16회, 납매 14회. 등만(藤蔓) 14회, 옥매 13회, 계관화 13회, 봉선화 13회, 석죽화 10회, 거상화 10회, 영산홍 9회, 창포 8회, 목련 7회, 계 6회 등이 등장한다. 그 외도 더 많은, 꽃들이 등장하나 지면상 줄인다.
자료들은 이상희 선생이 다년간 연구한 <꽃으로 본 한국문화> 자료가 말한다.
‘매화는 선비의 붓끝에서 피어난다/얼어붙은 맨발의 동토에서/ 뜨거운 애가를 부른다//삶의 여정은 늘 혹독한 연단 속에서 스스로 흘린/ 땀으로 제 몸의 열기를 식힌다// 그 향기 바람의 시련에도/ 허락하지 않고 움켜쥔다/ 결국, 향기는 열매를 위한 것이다‘
최창일 시 ‘붓끝에 피어나는 매화’ 전문이다.
현종 이후에도 작가들은 매화를 시문으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화가들은 매화를 즐겨 친다. 매화를 치는 문인이 내공의 선비라 말한다. 가사집에는 꽃이 등장하고 도화나 매화는 소제가 된다. 민요에 나타난 꽃은 봉숭아 104회, 국화 86회, 매화 69회, 살구 49회, 진달래 46회, 배꽃 42회, 모란 41회, 해당화 40회, 목화 35회 순으로 등장한다. 노랫말과 선비기 붓끝으로, 치는 꽃의 순위는 다름을 보인다. 민요에 나타난 꽃은 83종이다. 그 가운데 많이 나타나는 나무는 버드나무로 96회가 나오며 다음으로 소나무, 대나무 순이다.
현대 시에 나타난 꽃은 ‘현대 시 사전’ (1994년)에 실린 시제 가운데 1,257명의 시인이 창작한 15,784편의 시가 수록되고 있다. 물론 부분적인 자료들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이다. 현대 시에서 출연하는 꽃의 종류는 57종이 주를 이르며 장미가 35회로 으뜸을 보인다. 다음이 해바라기 31회, 국화 12회, 목련 29회, 난 24회, 코스모스 20회, 진달래 16회 순으로 등장한다.
뜻밖인 것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은 현대 시에서 순위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접시꽃 당신’은 300만 부가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접시꽃의 당신은 꽃보다는 시의 내용이 독자와의 교감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가요에 꽃의 출연빈도는 권이순 작가가 1896년부터 1990년까지 대중가요 1,145곡을 대상으로 나무의 출연빈도를 조사한 자료가 있다. 그중에 진달래 9회, 복숭아, 동백 7회, 무궁화, 개나리 3회, 라일락 2회, 앵두, 살구나무, 철쭉이 각각 1회씩 출연한다. 가곡에서 애창되는 680여 가곡에 나타난 나무는 봉숭아, 개나리 4회, 동백 3회, 목련, 무궁화, 매화, 석류 2회, 앵두나무, 살구나무, 배나무, 라일락 1회로 집계된다.
구한말부터 초등학교에 등장하는 꽃은 매화, 국화, 이화, 모란, 연꽃, 철쭉, 봉선화, 갈대꽃, 파초가 실려 있다. 교과서는 인간과 교류하는 꽃들이 등장한다. 꽃을 통하여 언어를 배우고 배운 언어의 감성으로 표현하게 된다. 인간의 정신과 식물의 연합은 공생하는 관계로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 방송(10살) 소년이 쓴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단풍 뾰쪽뾰쪽한 잎으로 바람을 콕콕 찌른다”라는 표현이 신선하다.
기성 시인의 은유를 넘어선다. 이 모든 것이 교과서에서 만나는 꽃과 자연언어의 가르침으로 보인다. 우표에도 꽃을 등장시킨다. 매화, 백목련, 개나리 진달래와 같은 31종의 꽃이 나온다.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거나 희귀식물이다. 정부가 판매하는 담배의 그림에도 꽃이 사용된다. 무궁화, 진달래, 모란, 해바라기, 개나리, 백합 등이 있다. 나무로는 유일하게 솔이 있다.
우리 민족은 꽃에 대한 취향이 독특한 면을 보인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동백꽃>,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같이 작가들은 ‘꽃’에게 책의 제목을 빌려 쓰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