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망한 망우초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 <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1월 10일(화) 16:36 가+가-

성경과 시경(詩經)에 나오는 식물은 100여 종이 넘는다. 성경의 식물들은 인간과 친밀한 식물들이 대다수다. 백향목, 올리브, 비자나무, 호두, 쑥과 같은 식용으로 사용하는 나무들이다. 시경에 나오는 식물도 다르지 않다. 시경의 첫 페이지에는 ‘마름풀‘식물로 시작이 된다. 이어지는 나무는 복숭아, 질경이, 팥배나무, 대나무로 이어진다.
성경과 시경에 특이한 것은 남령초(南靈草)에 관한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 남령초는 “남쪽에서 온 신령스러운 풀”이라는 뜻으로 담배를 말한다. 담배의 다른 이름은 근심을 잊게 한다고 하여 망우초(忘憂草),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상사초(想思草), 좀처럼 끊을 수 없는 풀이라 하여 요초(妖草)로도 불린다. 성경과 시경의 성서학자나 시경을 연구하는 식물학자들에게 언급이 되지 않는 풀이다. 시도반의 추측으로는 그렇게 거론할 만한 식물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도 된다. 인간에게 필요한 식물은 일찍이 사람들과 가까지 하거나 정원에 재배한다.
이것이 식물의 역사다.
한국에 담배의 역사는 400여 년 전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다.
광해군 시절이다. 조선 시대 궁궐에서도 금연 운동이 있었다. 광해군은 자신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각료는 엄벌하겠다고 명하기도 했다. 반대로 조선 3대 왕(세종, 영조, 정조)으로 존중받는 정조 대왕은 “여러 식물 중에 이롭고 유익한 것으로는 남령초만 한 것이 없다”라고 담배에 애정을 전달하고 있다. 정조는 마음고생이 많은 왕이다. 어려서 아버지를 뒤주에서 보내는 트라우마와 같은 상처도 있다. 상처가 많은 사람에게 담배는 가까워진다. 정조에게 담배만 한 것이 없다는 말은 이해가 간다.
제2차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로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처칠은 담배의 애호가다.
식사할 때와 잠자리 드는 시간 이외에는 입에서 시가를 내리지 않았다. 전쟁광인 히틀러를 상대한 처칠에게는 담배는 위로의 친구가 되었을 수 있다. 처칠의 전담 사진작가는 처칠이 담배를 물지 않는 사진을 찍기 위하여 한 주간을 따라 다녔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우스갯소리인지는 모르나 처칠의 담배 사랑은 대단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맥아더도 그렇다. 인천 상륙 작전에도 맥아더의 상징인 파이프를 물고 있었다. 전쟁을 오래 치른 장군들은 애연가들이 많다.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담배애연가며 예찬론자다. 어떤 이는 그의 이론은 담배 연기 사이에서 나왔을 거라는 다소 시적인 표현을 하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으로 유명한 프로이트도 애연가 대열에서 빠트릴 수 없다. 꿈,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애연 사랑은 연구 대상이 될 법도 하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부정적인 표현이 들어 있다. ‘담배(를) 피우다’. ‘바람(을) 피우다’. 표현은 같은 의미를 담는다. 담배는 수많은 수식어도 들어 있다. 작심삼일이다.
새해에는 끊고 말 것이다.
담배를 멀리하려는 노력이 보이는 표현들이다. “요즘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어요” 마치 야만인을 대하듯 하는 표현도 있다. 요즘, 둘러보면 주변에는 금연구역이 많다.
담배를 사랑한 시인은 공초(오상순) 시인을 든다. 술 하면 수주(변영로)를 뛰어넘을 자가 없지만, 담배 하면 공초 시인을 뛰어넘을 자가 없다는 유행어가 1950년대에 난무했을 정도다.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 !/내력을 잊어버린 옛 시절에/났다가 새 없이 몸이 가신/아씨님 무덤 위의 풀이라고/말하는 사람도 보았어라./어물어물 눈앞에 스러지는 검은 연기,/다만 타 불고 없어지는 불꽃./아 나의 괴로운 이 맘 이어./나의 하염없이 쓸쓸한 많은 날은/너와 한가지로 지나가라.//
김소월의 <담배> 시 전문이다. 시를 보면 담배를 싫어한 소월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김소월은 스스로 삶을 외면한 시인이다. 자연을 사랑하고 서정 시인이 목숨을 내리는 일은 너무나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담배는 전쟁터, 고기잡이 물터에서 남편을 잃은 과부들에게는 유일한 낙이었다. 여러 면에서 남령초는 한이 서린 사람들에게 위로의 식물일 수도 있다.
새해, 세계는 담배에 대한 판매 금지가 강화된다. 뉴질랜드는 14세 이하에 담배를 판매할 경우 15만 뉴질랜드 달러(약 1억 20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현재 6000개의 판매점을 2023년에 600개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국도 새해에 담배에 경고 사진이 더 강력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