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구직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정부의 자체 추산이 나왔다.
정부가 바닥을 드러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 고용보험료율 인상 등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정부 재정지원 비중이 상당해 당분간 적자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7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고용노동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2022년도 고용보험기금 수입·지출 계획안’에 따르면 내년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약 4조7000억원 적자가 예상됐다.
계획안 자체는 5조5000억원 적자이지만, 계획안에 아직 반영되지 않은 내년 보험료율 인상 수입분 8000억원을 감안한 수치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 생활안정과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설치된 기금이다. 실업급여 및 모성보호급여 지급, 고용안정 지원, 직업능력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한다. 주요 수입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낸 보험료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10조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정부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실업급여 지급액을 인상한 데 이어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고용유지, 취약계층 취업지원, 실업급여 등 지출이 대폭 확대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은 계속 악화됐다.
2018년 9조4000억원→2019년 7조3000억원→지난해 6조6000억원으로 감소했고, 올해는 4조7000억원이 예상된다. 이마저도 ‘나라빚’인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차입금 7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적립금은 3조2000억원 적자다.
이에 정부는 수차례 노사 및 전문가 논의를 거쳐 지난 9월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한시사업 종료 등 지출 구조조정, 실업급여 반복수급 시 지급액의 최대 50% 감액, 일반회계(세금) 전입금 및 공자기금 차입금 각각 1조3000억원 확보 등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 7월부터 고용보험료율을 현행 1.6%에서 1.8%로 0.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2019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는 고용보험료를 각각 0.9%씩 분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건전화 방안에도 내년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3조6000억원으로, 공자기금 차입금 9조1000억원을 빼면 5조5000억원 적자다. 올해(3조2000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계획안은 고용보험료율 인상안이 발표되기 전 국회에 제출된 만큼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수입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수입분은 약 8000억원으로 추산돼 적립금 적자도 소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내년 적립금은 4조7000억원 적자로 재정 악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지출액이 매달 1조원 안팎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아직 상환하지 못한 공자기금 차입금도 계속 누적되는 등 정부 재정지원 비중 또한 상당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산정책처도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 중에는 정부 내부 지출이 상당액 포함돼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며 “향후 상환 의무가 있는 만큼 공자기금 차입금이 지속적인 재정확충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재정 건전화 방안이 시행되면 2023년부터 재정 수지가 개선되고, 적립금도 점차 늘어 단계적으로 공자기금 차입금 상환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용부는 “여기에 사업 구조조정 등 지출 효율화, 실업급여 관리 내실화, 부정수급 예방·적발 강화를 지속 추진할 경우 고용보험기금 누수를 막고 추가적인 기금 재정상황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명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