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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초’는 ‘토론문화’로부터 다시 쌓자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03월 31일(월) 15:59 가+가-
언로(言路)가 확장되고 민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여과 없이 분출되면서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마찰과 파열음으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그 비용 또한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선출직들이 권력의 정점에 자리를 함으로써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는 비민주적인 사회현상이 노정되고 있으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러한 행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권력의 상징으로 비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짧지 않은 군사독재시기와 저항, 이로 인한 ‘배려와 양보를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를 대중들에게 접목시킴이 미흡했으며, 섬세한 배움의 과정을 몸에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해방 후의 혼란기를 틈타고 들어온 사회주의와 유물론에 빠진 열성분자들의 저돌적인 활동으로 이념 상호 간에 서로 충돌하면서 끊임없는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비교적 깨어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 정치인들마저도 앞 다퉈서 싸움판을 키우고 있는 현실들을 대하면서 앞만 보면서 일해 왔었던 기성세대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적인 이슈의 해결이나 주요 정책을 추진해 가려는 진지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힘의 논리로 모든 것을 해결해 가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민주주의는 사망선고 된 지 오래고, ‘무식이 용맹’이라는 글귀처럼 매도당함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는 누구라도 민주주의 훈련(양보와 배려)을 제대로 쌓아 오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의 장래는 암울할 뿐이며, 치열한 국제 경쟁 대열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으로 걱정이 앞선다. 이제는 소위 “백성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야말로 우리 사회의 “최고가치”로 여길 수 있는 부동의 위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하드웨어 격인 “제도”를 정비하여 시대정신과 우리 정서와 현실에 맞는 정치제도로 다시 재창조되어야 하며, 제도의 틀 속에서 ‘소프트웨어,’ 즉 각종내용들이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는 유연성이 높은 ‘콘텐츠’들로 채워가야 하는 노력에 국민 모두가 소명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수단이 “토론”이어야 함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석학들은 주저함 없이 제시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처한 현실의 갈등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몇 가지 방법들이 있겠으나 “이성적 토론” 만한 해결책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다. 장기플랜을 세워 각 급 학교에서부터 교과과정으로 접근해 감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9일 인천대학교 인문대학 강의실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1막 1장에 나오는 마녀들의 대사를 놓고 학생들의 토론 수업이 진행됐다. 3학점이 주어진 교양수업이지만 교수는 아무런 강의도 하지 않았다. 수강 신청한 20명의 학생이 각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명패를 책상에 놓고 강의실에 빙 둘러앉아 작품 속 맥베스의 선택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일 뿐이었다. 아직은 서로가 낯설 만도 한 새 학기지만 이들은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질문하고 답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고전을 재해석했다. 국립 인천대가 올해로 7년째 이어오고 있는 교양강좌 ‘그레이트 북스(Great Books·GB)’는 이처럼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과 차별화한 비경쟁 토의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레이트 북스는 미국 세인트 존스 대(SJC)의 고전 읽기 세미나 모델을 국내 교육 환경에 맞춰 적용한 고전 읽기 교육 프로그램이다. 비교과 활동으로 처음 도입해 지금은 교양 및 전공 강좌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어 중·고등학생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 교육공헌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종합해 보건대, 올바른 토론문화가 왜 필요한가?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훈련과정이기 때문이다. 토론과 회의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의견 차이를 좁히고, 결론을 내리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여 결정사항에 복종하는 과정은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가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존중되어야 하는 가치”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토론”이 ‘의사결정’의 가장 중요한 범국민적인 ‘문화’로 정착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해 체계적이며, 점진적으로, 꾸준하게, 튼튼한 ‘토론의 기초’를 쌓아가자. 기원전의 고대 로마 공화정에서도 “민회”라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배웠다. 25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토론 문화”는 크고 묵직하게 우리 곁에 남아 있어야 할 소중한 자산임을 깨닫자. “토론 문화”는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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