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처럼 정치도 빌보드 차트 진입을 꿈꾸며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5년 03월 18일(화) 15:57 가+가-

정치의 빌보드 차트는 없다. 상징으로 말한다. 한국의 문화적 위상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BTS, 블랙핑크 같은 K팝 스타들은 빌보드를 석권하고, ‘오징어 게임’ 같은 K-드라마는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김치, 불고기, 비빔밥 같은 한식도 세계인에 낯선 음식이 아니다. 심지어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같은 콘텐츠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인의 도전 정신을 알리고 있다.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과는 반대로, 한국 정치의 수준은 여전히 낮은 평가를 받는다. 내홍이 끊이지 않는 국회, 정책보다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력은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경제와 문화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왜 정치에서는 유독 후진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까?
그동안 한국 정치는 협력보다는 대립이 기본값이다. 여야 정당은 국가의 장기적인 발전보다 앞에 보이는 정치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가 끝나도 대립은 지속하며, 타협과 협력보다는 상대를 ‘적폐’나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극단적인 대결 구도를 이어간다. 정치가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정치의 선진국에서는 정책 중심의 정치를 강조하며, 타협과 조율을 통해 국가를 운영한다. 독일은 정당 간 협치를 기반으로 한 연정(연립정부)이 일반적이고, 북유럽 국가들은 정치적 합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타협이 ‘배신’으로 여겨지며, 극단적인 정치 싸움이 반복된다.
한국 정치 구조는 개혁이 어렵다. 거대 정당들이 국회의원을 독점하고 있으며, 신진 세력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이고, 정치권이 국민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혁신적인 정치인이 등장할 기회를 차단하고, 새로운 변화를 가로막는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처럼 기존 정치 질서를 깨고 등장한 지도자도 있다.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처럼 젊고 유연한 지도력을 보이는 예도 있다. 한국에서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기득권 정치가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민의 낮은 정치 신뢰도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다. 국민은 정치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혐오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는 어차피 다 같다’라는 냉소주의가 확산하면서, 정책보다는 인기 있는 인물 중심의 선거가 반복되고 있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은 더욱 공고해진다. 정치가 바뀌려면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가 필수적이다. 아이슬란드처럼 시민들이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참여 민주주의’ 모델을 한국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문화처럼 혁신해야 한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창의성과 유연성, 그리고 글로벌 흐름을 반영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치는 왜 그래야 하지 않는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극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치 지도력이 변화해야 하며, 여야 협치를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도 고민해야 한다.
기득권 해체와 정치 개혁의 대안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혁이 필요하다. 청년과 다양한 계층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하려면 국민이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 공론장과 같은 민주적 참여 모델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K팝과 한류 음식이 세계 문화를 선도하듯, 한국 정치도 변화를 꿈꾸어야 한다. 후진적인 정치 구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제표준에 맞는 혁신을 이루려면 이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문화와 경제에서 앞서가는 대한민국, 이제는 정치도 변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