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북극권에서 보내온 ‘기후 유언장’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5년 03월 16일(일) 15:31 가+가-
세계에 대한 지적 탐구는 단순한 사물로부터 점차 복잡한 시스템으로 나아갔고, 최고의 복잡도를 가졌다는 인간의 뇌와 지구의 기후에까지 이해도를 넓혀갔다. 기후시스템의 경우 5개 권역으로 구성되는데, 대기권, 수권, 지권, 생물권 그리고 빙권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기후 변화는 지구 시스템의 상호작용과 같은 자연적 요인과 인간의 활동에 따른 인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기후 변화에 대한 인위적 요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북극 해빙이 결코 북극이나 북반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반구에서 태어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예외 없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명을 가진 모든 생물은 필연적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믿는다. 그런데 ‘빙하’ 곁에서 일생을 보내는 빙하학자들은 ‘빙하도 그렇다’고 말한다. ‘빙하고기후연구실’(LICP)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빙하의 83%가 운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46억 년의 지구 역사 중 남극에서 시추한 빙하 코어를 통해 80만 년의 기후 변화를 판독한 결과다. 이러한 빙하의 역사는 과거 기후를 기록한 것이지만 현재의 기후 위기를 경고한다는 점에서 ‘기후 유언장’이라고도 한다. 이 ‘기후 유언장’은 남극만이 아니라 그린란드와 알래스카의 빙하에도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뉴욕타임즈’ 기자 출신 엘리자베스 콜버트(Elizabeth Kolbert)는 알래스카 주 데드호스와 그린란드 빙상 등 북극권 이북 지역을 방문 취재한 냉엄한 사실들을 ‘지구 재앙 보고서’로 엮은 바 있다. 사실 빙하가 녹는다거나,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상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부분 기후학자들이 주장하듯 해빙의 주된 원인이 기후 변화에 있고, 그것이 생태계 존망의 위기에 처한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그 위기에 대한 심각성과 시급성에 걸맞는 실천을 하고 있는가? 여전히 미국의 엑손모빌 등 후원으로 ‘CO2 농도 상승이 축복’이라는 회의론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북극 빙하의 ‘기후 유언장’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런 맥락에서 콜버트의 ‘지구 재앙 보고서’는 알래스카 빙하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빌어 그린란드 빙산의 현실, 북극 침략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알래스카 ‘시시마레프’는 인구 590여 명이 사는 섬마을로 해수면이 100m 이상 하강한 연육교로 이어져 있다. 소위 에스키모인으로 알려진 이누피아트인들은 더 이상 스노모빌을 이용한 사냥을 포기하고, 보트를 타고 나가며, 결빙이 늦어지는 초겨울, 폭풍해일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는 북반구 육지 가운데 1/4에 해당하는 영구동토층에서의 실제 상황이다. 이제 최소 2년 동안 녹지 않고 얼어 붙어있는 동토의 해빙을 연구해온 알래스카대학의 로마노프스키와의 알래스카 내륙의 답사는 지구 온난화가 더 이상 단순한 가설이나 이론이 아니라 주택과 도로, 그리고 가문비나무 뿌리와 송유관 기둥의 노출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1년 뒤에 다시 오면 눈앞의 빙붕을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는 통토전문가의 비장한 목소리는 마치 ‘기후 유언장’을 읽어 내려가는 어투 바로 그것이었다. 더욱 불길한 것은 ‘태양 복사와 바다 얼음의 상호작용’으로 태양광의 반사율 0으로 지구의 온도조절을 오로지 바다에게만 내맡기게 되어 남극을 포함한 ‘얼음-반사율 피드백’은 최악의 상태에 이르는 거대한 변화로 기후시스템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다윈 이래 지구의 식물상과 동물상에 대한 생물학자들의 연구 어디에서도 보고된 적이 없는 북극권 생물의 새로운 출현은 또 다른 단락의 유언 내용이다. 특히 요크대학의 나비학자 크리스 토머스가 북쪽으로의 영역 확장을 하는 ‘산네발나비’를 북방 침략자라고 규정한 것은 단순히 지구의 생물 분포가 기후에 따라 변한다는 학설을 넘어선 의미한다. 소위 북방 침략종들이 끝내 북극점으로까지 이동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 번도 해발 1500m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오렌지두꺼비’를 산꼭대기에서 발견되고, 반대로 그 이전의 서식지에는 멸종되는 빙권에서의 생태교란이 하나 뿐인 지구에서 확인되는 기후 재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오늘 ‘기후 유언장’을 읽어가면서 투발루 유엔 대사와 함께 한 “지금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습니다”는 비장한 선언이 크로즈업되는 이유는 무얼까? 2001년 교토 협상에서 발을 뺀 미국이 2025년 또다시 파리협정 탈퇴를 재확인하는 희대의 광인(?) 트럼프를 향한 메시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 악당’으로 조롱받고 있는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향해 ‘깨어있는 청지기가 되라’는 준엄한 하늘의 명령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