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앗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03월 05일(수) 15:53 가+가-

인간을 호모 에스페란스(Homo Esperans)라고 합니다. 호모는 인간이요, 에스페란스는 희망이라는 말입니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희망은 인간 생명의 핵심적 요소요, 정신의 주성분이라고 말한 이도 있습니다. 또 희망은 생명에 이르는 빛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절망은 죽음입니다. 산자의 특징은 희망을 갖고 약진하고 도약하는 것이고, 죽은 자의 특징은 절망하는 데 있다. 희망은 봄에 심는 씨앗과도 같은 것이다. 희망의 씨앗은 폭염이 몰아치는 여름을 지나야 가을의 결실을 맺게 되어 있습니다. 씨앗은 바로 열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어야 많은 열매로 세상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희망은 기다림을 먹고 성장하다가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희망의 씨앗을 품은 사람은 그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꿀 한 숟가락은 꿀벌이 4천 2백 번이나 꽃을 왕복하며 얻고, 매미는 여름 한 철 노래하기 위해 애벌레로 7년을 기다립니다.
아프리카의 밀림지대에 파견된 어느 병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소속되어 있던 부대는 밀림 한가운데서 적들에게 포위당해서 그 병사만 살고 전멸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모두 죽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6개월 뒤 그 병사는 홀홀 단신으로 밀림을 헤쳐나와 구조되었습니다. 그를 발견했던 사람들은 그가 손에 꼭 쥐고 있던 지도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그는 밀림의 지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살아난 거야!”
하지만 그가 펼쳐 보인 종이에는 밀림의 지도가 아닌 영국의 지하철 지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는 영국의 지하철 지도를 보면서 살아서 조국에, 그리던 영국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되새기면서 그 위험한 밀림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적인 임상심리학자, 브리즈니츠 박사는 이스라엘 육군의 훈련병들을 4조로 나누어 완전군장을 하고 20km를 행군시키는데, 1조에는 행군할 때 도착 거리를 미리 예고하고 5km마다 앞으로 얼마의 거리가 남았다고 알려주었습니다. 2조에는 “지금부터 먼 거리를 행군한다”라고만 말했습니다. 3조에는 “15km를 행군한다”라고 말했다가 14km 지점에서 “20km를 행군한다”라고 변경 통지를 하였습니다. 4조에는 “25km를 행군하겠다”라고 말했다가 14km 지점에서 “20km 행군으로 오늘의 행군을 단축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실험으로 브리즈니츠 박사는 병사들이 상황에 따라 받는 사기와 스트레스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20km라는 정확한 거리와 남은 지점을 알고 행군한 1조가 가장 사기가 높고 동시에 가장 적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행군 거리를 전혀 모르고 간 2조가 가장 사기가 없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예상 거리보다 짧게 행군한 4조가 예상 거리보다 더 길게 행군한 3조보다 훨씬 사기도 저하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브리즈니츠 박사는 “어려움이나 편안함보다는 희망과 절망이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이며, 인간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어려울 때가 아니라 희망이 없을 때”라고 분석했습니다.
매우 가난한 광부가 있었습니다. 광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두뇌가 명석했습니다. 하루는 장남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는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겠어요” 광부는 기뻤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은 무거웠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대학을 보낸단 말인가. 그렇다고 아들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커다란 상자 하나를 아들에게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다.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고학을 해야 한다. 나는 지금부터 너를 위해 이 상자에 돈을 모으겠다. 네가 의사가 되면 이 상자에 모은 돈으로 병원을 지어 주마. 이것은 우리 둘만의 약속이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아들은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까만 때가 낀 거친 손으로 장롱에서 상자를 꺼냈습니다. 상자는 비어 있었습니다.
“네 꿈을 꺾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했단다”
아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상자 속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요. 그것은 제게 희망의 상자였습니다”
희망은 절대로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다만 당신이 희망을 버릴 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