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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02월 17일(월) 16:05 가+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국민소환제와 지방분권 권한강화 발언을 함으로써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 중심의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소환제’는 선거권자들의 투표로 선출직 공직자를 파면·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하는데, 대상이 국회의원일 경우 ‘국민소환제’,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일 때 ‘주민소환제’로 불린다.
그뿐만 아니라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감한 지방분권으로 개헌해, 핵심 권한이 지방에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서울시가 2월 12일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방자치는 오늘날 중앙집권적 구조에 따른 지역 불균형과 지방 소멸이라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예산 배분이나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균형 배분에 그치지 말고, 각 지역이 독자적으로 발전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예산, 인력, 규제 등 핵심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모으기 위한 전략으로 그럴 듯하게 포석을 깔아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경험을 접해온 유권자들로서는 화려하게 포장된 ‘신기루정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 생각이다.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는 각종자료들은 차고 넘친다.
우선 ‘국민소환제’에 대해 살펴보자. 이보다 앞서 ‘주민소환제’는 2006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이 제도는 민선 4기 출범 이후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단체장들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직접적인 민주정치 실현 차원에서 도입됐다. 도입취지는 그럴싸하였지만 현실은 이론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9년에 경기도 하남시 광역화장장 유치 과정에서 ‘주민소환’ 운동이 일어났으나 ‘소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투표도 해보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더 현실적이지 못한 것은 ‘주민소환투표요건’ 충족도 어렵지만 가까스로 요건을 채운다 해도 낮은 투표율로 ‘주민소환제’ 제도 자체가 실현가능성이 없는 ‘죽은 제도’로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제주시의 경우는 2007년 12월 20일 제주도지사 주민소환 투표당시 투표율은 겨우 11.8%였으며, 2008년 8월 6일 전남 화순군수 주민소환제 투표율도 21.6%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지자체장으로 당선되면 임기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자기 돈이 아닌 “예산”으로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당국의 수사로 형을 받기 전에는 새로 입후보한 후보가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은 인지 수사를 하지 못하고 고소, 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소문으로는 비리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한 시원한 대체방안과 현장감 있는 정책을 제시하여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떠야지, 유명무실하고 실현가능성이 떨어진 이런 제도로는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줄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지방분권개헌’과 중앙권한 대폭 지방이양으로 지방의 자생력을 높이자는 안에 대해, 그동안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적었지만, 이제는 재평가를 해서 21세기 글로벌 수준에 알맞은 제도와 콘텐츠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어 온 것은 지나친 분권에 따른 조직 비대화·비능률,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 ‘주민 자치’ 등의 감성적 구호에 묻혀서 30년이나 지내온 지방자치가 저효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보이지 않은 영토를 내어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한 유럽의 경우 무조건 지방자치제도를 옹호하거나 맹신하지는 않았다.
영국은 1970년대 일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를 없애며 중앙정부 기능을 강화했고, 비슷한 시기 서독(독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숫자를 대폭 줄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프랑스 경우도 분권화를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맹목적이다시피 한 일부 정치·이해집단의 지방분권화 주장이 도를 넘고 있다고 본다. 분권보다는 “효율”을 강조함이 보다 가치 있는 현명함일 것이다.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과 맹추격해 오는 후발국 사이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빼앗기지 않으려면 중앙과 지방의 ‘신속한 의사결정구조’ ‘강력한 중앙정부의 추진력’을 확보해야만 국가 간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국민소환제’나 ‘효율적이지 못한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등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하는 바이다. 나라의 ‘경제력’ 향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보다는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재” 확보에 화력을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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