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기다림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5년 01월 08일(수) 16:00 가+가-

삶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기다림은 낱알처럼 우리 삶 속의 곳곳에 깊이 배어 있습니다. 의도한 목적을 이루어 열매를 따 먹기 위해서 우리는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기다림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있을까. 기다림이란 무책임의 선을 넘어 절대적 의무를 지키는 여유입니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성취의 시발점이자 숙성기간인 기다림의 위대한 가치와 미덕을 놓치고 삽니다.
대망에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일본의 역사나 소설은 다소 생소하지만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0년부터 무려 17년 동안이나 여러 일간지에 게재한 전무후무한 규모의 대하소설 ‘대망’만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소설 대망에는 리더의 구분 방법으로 자주 인용되는 ‘울지 않는 두견새’에 대한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울지 않는 새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버려라’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어라’이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려라’라고 했습니다.
허를 찌르는 용맹한 행동력의 소유자 오다 노부나가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략과 용인술의 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는 달리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며 때를 기다린 ‘도쿠가와 이에야스’였습니다.
이 세사람 중에 군왕할거의 전국시대를 평정하여 천하통일을 이룩하고 250년 동안에도(지금의 도쿄) 막부시대를 열어젖힌 최후의 승리자는 인내하고 양보하며 때를 기다린 지도자였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참을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닌 자야말로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으며 진정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인내가 필수적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다림과 희생이 필요합니다. 희생과 기다림 없이 대망은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 ‘베이브 루스’는 홈런왕으로 유명합니다. 홈런을 712개나 쳤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홈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1루, 2루, 3루 베이스를 차례로 밟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홈런을 쳤어도, 베이스를 밟지 않고 급하게 홈으로 들어오면 실격입니다. 홈런도 무용지물입니다. 헛수고가 됩니다.
주위를 압도하는 연기로 오스카상을 받은 최초의 이탈리아 영화배우 안나 마냐니(Anna Magnani)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사진을 찍기 위해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녀는 사진을 찍기 전 다소 긴장한 얼굴로 사진사에게 조용히 부탁했습니다.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 사진사가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걸 얻는 데 평생이 걸렸거든요” 성장의 격차는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과정의 깊이가 결정합니다.
열망하는 자는 기다리며 모색합니다. 더 나은 날을 위해 우리는 왜 기다려야 하는가. 기다림의 의미와 효과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다림은 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들어가기 위한 검증입니다.
어떤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회중시계를 잃어버렸습니다. 잃어버린 장소는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 안. 아이는 사방을 뒤졌으나 찾을 길이 없어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모든 스위치를 끄고 조용히 있어 보자고 했습니다.
정말, 얼마 안 있어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계는 주위 환경이 조용해지자 구석진 바닥에서 자신을 주인에게 알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세상이 시끄러울 때도 조용히 있어 보렴. 잃어버렸던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기다림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기다림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것은 어떠한 기다림이든지 기다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희망이요, 그 희망은 나를 존재케 합니다. 기다려야만 하고자 하는 일과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