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왕정 적 태도에서 비롯된 낭비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12월 10일(화) 16:46 가+가-

잘못된 어느 왕정(王政) 적 선택이, 낭비(浪費)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낭비는 자원의 개념이다. 시간과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이른다. 개인, 기업, 사회 전반에 걸쳐 생산성 저하와 이익 감소를 초래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낭비는 불필요한 소비와 관련된 충동구매에서 나타나는 것들이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행동으로 간주 되기도 한다.
일본에서 발전된 ‘낭비학’은 낭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제거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융합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철학에서는 낭비란 의미 없는 활동으로 간주 될 수 있으며, 주의와 노력을 쓸모없는 일에 투자받는 것으로 비판한다.
정치에서 낭비란 부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부패는 공공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한다.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 사업에서의 부정행위나 공공 자금의 부적절한 사용은 낭비를 발생시킨다.
언어나 말에도 낭비가 있다. 말의 민주주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똑같이 말하는 1/N이다. 부장이 10분 말하고 팀원이 1분 말한다면 부모가 30분 말하고 자녀가 10분 말한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와 사랑이 담겼어도 대화는 아니다. 평등한 관계의 반대인 훈계고 지시다. 말의 1/N만 지켜도 우리는 말의 민주주의다.
시인 이상은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握手)를 받을 줄 모르는-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요//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기라도 했겠소’ (중략) <거울> 부분이다.
이상 시인이 ‘가톨릭청년’지에 1933년 7월에 발표된 시다. 이상은 거울을 통하여 내면의 말을 하고 있다. 내면의 말은 성찰이다. 성찰이 없는 행위는 낭비로 이어짐을 말한다.
왜 이상이 앞으로의 시인이고 두드러진 시인의 반열에 오른 것을 이 한 편의 시에서도 나타난다. 이상의 <거울>은 이상이 시인으로 데뷔, 첫 활자화된 작품이다. 그러함에도 깊은 사유를 담는 시다. 시인에게 언어는 비(非) 낭비를 꿈꾸는 자들이다. 언어의 파편에서 하나의 부사(副司)를 가지고 고민하기 일쑤다. 시인이 한 행의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어둠을 붙잡고 야곱이 얍 복강에서 씨름하듯 한다.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를 관찰하기도 한다. 김수영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 왜 고독한 것인가를’ <푸른 하늘을> 부분이다.
김수영은 한국에서 지성의 시인으로 평가된다. 유종호 문학평론가는 김수영의 시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이 우리 문학 속의 가장 벅찬 젊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우리 시대의 가장 탐구적이고 가장 준열하고 우상 파괴적이며 가장 유연한 시적 양심을 말하려는 것이다”라는 평을 한다. “30대 맞는 김소월의 죽음보다도 40대 후반에 당한 김수영의 그것이 더욱 요절로 느끼게 하는 것은 거푸 태어 날 수 있었던 것은 젊음 때문이다. 김수영은 탕진됨을 모르는 가능성이자 안타까운 미완성이다”라고 이어서 평하고 있다.
시인은 현장에서 만나는 언어의 아나운서들이다. 비상한 일상어로도 계시적 효과를 거두기에 힘쓰는 자들이다. 시는 속물성을 가진 낭비를 최소화한다. 잘못된 억압에도 낭비는 있다.
우리는 혹한으로 들어가는 시간에 혹독한 낭비의 철학에 휘몰려진다. 흔히 MZ으로 구분하는 십 대, 이십 대의 젊은이가 국회 의사당 정문에서 절실한 빛(뉴진스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그 빛은 가장 찬란한 빛이다. 찬란한 빛을 시간 안의 소모 속에 낭비라는 빛을 사용하고 있다. 왜 우리는 그들에게 그토록 속이 상하게 하고 그 광장으로 내몰리게 하였는가. 우리는 유난히 자유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항상 멀게만 느껴졌는데/오늘은 좀 더 선명해져/설명할 수 없던 우리의 거리마저/이젠 0이 되고 있어//보이지 않는 틈이 있어도/서로를 향해 있는걸/먼 길을 돌아 제자릴 찾은 걸까? 이제는 내게/조금 더 가까이 손을 내밀어 줘/기다린 순간이 눈 앞에 있는걸/어느새 우린 그림자 끝이 닿는/(마음이 들리는) 거리에 있는걸’ <바람의 노래> 중략이다. 바람의 노래가 낭비라는 언어에서 쓸쓸하게 들린다. 마음 대로가 자유는 아니다. 마음대로는 낭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