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전환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9월 25일(수) 16:29 가+가-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향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면 ‘틀리다’라고 얘기하는 습관이 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나랑 생각이 달라? 넌 틀렸어. 네 생각과 내 생각은 틀리거든’이라는 뜻의 틀리다(not Exactly)와 다르다(Different)는 다른 의미다. “나는 너와 다르게 생각하는데, 너 한번 얘기해볼래. 어떻게 생각해?”처럼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였던 미국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인류가 발견한 최고의 깨달음은, 인간은 자신의 태도를 바꿈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태도를 바꾼다는 말은 삶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바꾼다는 말입니다. 관점, 태도, 자세, 삶의 철학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임(Frame)이라 합니다. 똑같은 상황도 관점 즉, 프레임을 달리하면 다르게 보입니다
행복의 조건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행복의 조건들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느냐’이다
핑크 대왕 퍼시라는 서양 동화가 있다.
퍼시 왕은 핑크를 너무 좋아해서 자신의 모든 물건을 핑크로 갖춰 놓고 살았다. 심지어 백성들에게도 핑크 옷만을 입도록 명령하고 모든 건물뿐 아니라 나무와 풀, 꽃, 동물들도 핑크로 염색하도록 했다.
하지만 단 한 곳만은 핑크로 바꿀 수가 없었다. 바로 하늘이었다.
이에 퍼시 왕은 자신의 스승에게 찾아가 해결책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스승은 며칠 동안 고심 끝에 왕에게 해답을 찾았다고 이야기하고 왕의 손을 이끌고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러고는 하늘이 이제 막 핑크로 변하고 있어서 눈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며 안경 하나를 왕에게 씌워 주었다.
놀랍게도 왕의 눈에 비친 하늘은 핑크로 변해 있었다.
스승은 왕에게 분홍색 렌즈의 안경을 씌워 주었다. 분홍색인 색안경을 쓰고 본 세상은 온통 핑크였고 왕은 정말로 자신이 원하던 핑크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퍼시 왕의 행복은 바로 세상을 보는 자기 안경에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연결된 점들(connecting the dots)’이라는 표현이다. 현재 내가 보고 듣고 행하는 어떤 행위가 하나의 점이라면 이 점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어떤 점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보자. 애플사에서 만든 최초의 아이폰은 음악을 파일 형태로 저장하는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에 인터넷과 전화기의 기능을 연결하여 탄생하였다. 아이팟, 인터넷, 전화기라는 ‘점’들을 관점의 전환을 통해 연결한 결과다.
스티브 잡스는 다음과 같이 아이폰을 소개하였다.
“아이팟, 인터넷, 전화기, 이해하고 있나요? 이것들은 세 개의 별개의 장치가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의 통합 장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대중이 이미 사용하고 있었던 아이팟, 인터넷, 전화기를 기준으로 삼아 ‘아이팟, 인터넷, 전화기, 이해하고 있나요?’라 함으로써 형태나 기능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시킨 후, 하나의 통합 장치로 재발명 되었음을 설명함으로써 아이폰에 대한 이해를 빠르게 돕고 있다.
여러분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실험을 잘 아실 겁니다. 이 실험은 1999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들이 창안한 것으로, 각 3인조 농구팀에 흰색과 검은색 유니폼을 입히고 흰옷 팀 선수들의 농구공 패스 횟수를 세도록 하는 1분 정도 진행되는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이 끝나고 고릴라를 보았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에 실험 참가자의 절반 정도는 멘붕에 빠져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동영상 중간에는 검은 옷을 입고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9초 정도 활보하며, 심지어 가슴을 두드리며 정면을 응시하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동영상을 다시 보면 본인의 착시(錯視)와 무주의 맹시(盲視)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분명한 고릴라를 보지 못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그렇습니다. 우리의 뇌는 어느 특정한 관점에 집중하면 다른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마치 한가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다른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피카소는 집을 나갔다 오는 길에 버려진 녹슨 자전거 한 대를 발견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안장과 핸들을 주워다가 용접하니 황소머리라는 수백억 원대 작품으로 탈바꿈했다. 피카소는 기존의 작가들과 다른 방법으로 사물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관점 전환의 작가였다. 그랬기에 몇천 원 혹은 몇백 원 정도의 고물에서 천만 배 혹은 일억 배 이상으로 변신시킬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 대별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이야! 언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지?”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은 미래의 세상을 읽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뒤돌아보면서 세상이 바뀌었음을 아는 사람과 세상의 변화를 느끼면서 미래를 바꿀 준비를 하는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멋진 미래를 꿈꾸는 사람은 이 미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현재의 점을 가졌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없으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