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과 응급실 뺑뺑이
김영준 경제학 박사
작성 : 2024년 09월 22일(일) 16:33 가+가-

의대 정원 증원 이슈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말 그대로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주지 못해 다른 병원 응급실로 재이송되는 것을 칭하는 용어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사망 사고와 응급실 폐쇄 등 잇따른 응급실 관련 이슈로 환자들에게는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4년 추석 연휴에 새로운 인사말이 등장했다. 연휴에 아프면 병원도 못 가니 아프면 안 된다며 서로 그냥 인사말로 주고받는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국민들에게 심어진 공포와 불안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 추석 연휴에 제때에 응급실로 이송되지 못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급 신고 이후에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되지 못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수차례 이곳저곳 응급실 옮겨 다니다 제때에 적절한 조치나 치료를 받지 못해서 등의 이유이다.
추석 연휴에 정부는 응급 의료체제 유지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전문의 진찰료를 3.5배 인상하고, 응급실 수술·마취 등의 수가 인상과 군의관 등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다. 이와 함께 응급실 경증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90%로 올렸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우선 문을 연 동네 병·의원이나 가까운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대책이 이게 과연 맞는 방법인가 싶다.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의 구분에 대한 것도 모호하고 보통 일반 사람들은 정말 참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 응급실을 찾지 그냥 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휴 기간에 응급의료에 큰 불상사나 혼란은 생기지 않았다며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지역·필수 의료 부족 탓에 기존 의료체계에서도 발생하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이상 의료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해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있긴 하지만 정상적인 전원과 이송 마저도 뺑뺑이로 취급되어 의료계 현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송하는 경우가 상당한데도, 처음 방문한 응급실에서 치료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뺑뺑이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론 환자의 생명에 위해가 되는 잘못된 거부 사례는 밝혀야겠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전원까지 다 뺑뺑이로 몰아가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 타령은 이제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추석 연휴 이후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하여 발표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의료 수가 지원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가다간 현재 남아있는 의료진들도 피로 누적으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한시적인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무너진 의료 체제 붕괴를 어떻게 재건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을 겨울의 응급실 대란을 더 걱정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독감을 비롯한 계절성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심장과 뇌혈관계 환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심장과 뇌혈관계 환자들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매우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진다.
정말 1분 1초의 시간이 간절한 환자들이다. 여기에 더해 가을부터는 대체로 건강검진 환자들이 늘어난다. 건강검진을 통해서 암을 비롯해 여러 질병이 발견되곤 하는데, 이러한 신규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암 환자들도 제때에 항암치료든 수술이든 받지 못하면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시한부 판정을 받기 때문에 의료계의 적절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아무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증 환자와 응급환자들이 많아지기 마련인데, 또렷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우리 국민들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어떠한 문제를 바로잡고 좋은 정책을 펴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갈등은 정의롭고 올바를 것이다.
현재 의료 갈등은 옳은 것일까 그른 것일까.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갈등의 골은 무척이나 깊어 보인다.
갈등 해소를 위해선 서로의 주장만 계속해서 주장할 게 아니라 서로 한발 양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있어야 타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서 빨리 의료 강국의 안전한 대한민국이 오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