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정부 재정 딜레마… 시위대는 “더 써라”, 시장은 “덜 써라”
‘재정건전화’ 내년도 예산안 통과 불투명… 시장 불신 ↑
무디스 23일 신용등급 평가… “재정 정상화 불가피”
작성 : 2026년 10월 21일(수) 17:28 가+가-

프랑스 정부가 시위대의 민생 지원·공공서비스 개선 요구와 금융시장의 국가부채·재정적자 축소 요구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시위대 요구에 부응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부채와 차입비용이 커질 수 있고 긴축하면 사회적 반발이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의 투자전문매체 앵베스티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부가 생활비 상승에 대한 분노에 대응해야 하는 동시에 투자자들로부터 재정 절감을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은 내년 4월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의회가 크게 분열된 상황에서 원내 소수인 정부가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이에 대한 불신은 증시와 국채, 통화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430억 유로 규모 신규 재정건전화 조치를 담고 있다.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후보가 그 뒤를 쫓고 있다. 두 진영 모두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과거에도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증세와 지출 삭감이 정치적 저항에 부딪친 바 있다.
미셸 바르니에 전 총리는 2024년 증세와 지출 삭감이 담긴 2025년도 긴축예산안 일부를 의회 표결 없이 강행 처리하려다 불신임을 받아 물러났다. 후임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도 2025년 재정 건전화 필요성을 자신의 정치적 신임과 연계해 신임투표를 요청했다가 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해 퇴진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9%로 194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재정적자도 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지출을 통해 시위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파리 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CAC40 지수는 20일 전날보다 0.38%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는 프랑스 시위와 재정 불안에 대한 우려로 1.1% 하락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격차를 의미하는 ‘OAT-분트 스프레드’는 150bp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독일보다 프랑스 정부에 돈을 빌려줄 때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일 4.92%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2일 기록한 2002년 7월 이후 최고치인 4.99%에 여전히 근접한 수준이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10년대 초반 당시 기록했던 수준도 넘어섰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프랑스의 최고 수준인 AAA 국가신용등급을 박탈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오는 23일 프랑스의 최신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무디스는 프랑스에 Aa3 등급과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고성주 기자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