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탈피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10월 21일(수) 16:12 가+가-

미국에서 링컨 대통령에 의해 노예 해방 선언이 이루어진 직후의 일입니다. 법적으로 모든 흑인 노예는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해방되어 자유롭게 길을 걷던 한 흑인 청년 앞에 과거에 자신을 혹독하게 부렸던 옛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옛 주인은 심술궂은 목소리로 “야! 이리 와서 내 구두나 닦아!”라고 소리쳤습니다. 순간 청년은 온몸이 얼어붙었고,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옛 주인 향해 움직였습니다. 신분은 분명 자유인이 되었지만, 수십 년간 몸에 밴 노예의 두려움과 습관이 그의 발을 움직이게 한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바닷가재(lobster)를 닮았습니다.
바닷가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속살을 보호해 주던 단단한 옛 껍질을 스스로 벗어 버리고 더 커다란 새 껍질을 뒤집어서 써야 합니다. 이처럼 낡은 껍질을 벗어 버리는 과정을 ‘탈피’라고 부릅니다. 바닷가재는 5년간의 성장기를 보내면서 무려 25번의 탈피 과정을 거치며, 다 자란 뒤에도 1년에 한 번씩 껍질을 벗습니다.
탈피는 끔찍하고도 성가신 과정입니다. 낡고 단단한 외피가 압력을 받아 쪼개지면, 바닷가재는 모로 누운 채 근육을 꼼지락거려 벌어진 각질 사이를 빠져나옵니다.
낡은 껍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외피가 생길 때까지, 불과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바닷가재는 외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벌거벗은 상태에서 지내야 한다. 북해에서 잡힌 청어는 런던까지 운반되는 동안 대부분 스트레스로 죽어 상품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어부들은 천적인 메기를 청어 수족관에 넣으면 청어가 다 잡혀서 먹힐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몇몇 어부들이 수족관에 메기를 집어넣었습니다.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혀서 먹히지 않으려고 수족관 안을 끊임없이 도망 다녔고, 그 결과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90% 이상이 싱싱하게 살아남았습니다. 위기와 자극이 오히려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고정관념의 탈피입니다.
▪낙타 17마리의 유언
고대 유대인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세 아들에게 낙타 17마리를 유산으로 남기며 첫째는 절반(1/2), 둘째는 3분의 1(1/3), 셋째는 9분의 1(1/9)을 가지라고 유언했습니다. 하지만 17은 2, 3, 9로 나누어떨어지지 않아 형제들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고정관념: 형제들은 오직 ‘주어진 17마리 안에서만’ 계산을 끝내려고 했습니다.
·탈피와 결과: 지나가던 현자가 자기 낙타 1마리를 조건 없이 빌려주어 총 18마리를 만들었습니다.
·첫째: 18마리의 절반 = 9마리
·둘째: 18마리의 3분의 1 = 6마리
·셋째: 18마리의 9분의 1 = 2마리
·계산을 마치니 (9 + 6 + 2 = 17) 마리가 되어 딱 맞아떨어졌고, 남은 1마리는 현자가 다시 가져갔습니다. 문제의 틀 갇히지 않았고 외부에서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 갈등을 해결한 고정관념 탈피의 정석입니다.
나무의 수명을 다루는 식물학적 이야기입니다.
분재한 나무는 일반 자연의 나무보다 3~4배 더 오래 삽니다.
식물의 뿌리는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두어야 잘 자란다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분재 전문가들은 2년에 한 번씩 화분을 갈아줄 때 의도적으로 뿌리를 과감하게 잘라냅니다. 뿌리가 잘려 나간 나무는 생존을 위해 몸속의 진액을 짜내어 새로운 잔뿌리를 내리게 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나무는 늙지 않고 강력한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기존의 비대해진 틀(고정관념)을 끊어내야 새로운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도나 아프리카에서 사냥꾼들이 원숭이를 잡을 때 쓰는 방법입니다.
사냥꾼은 나무에 단단히 묶인 바구니(또는 호두 껍데기)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나 바나나를 넣어 둡니다. 바구니의 구멍은 원숭이가 빈손을 간신히 넣을 수 있을 만큼만 작게 뚫려 있습니다.
원숭이는 냄새를 맡고 찾아와 구멍 속에 손을 넣고 음식을 한 움큼 쥡니다. 하지만 음식을 쥔 주먹은 구멍보다 커져서 밖으로 빠지지 않습니다. 이때 사냥꾼이 다가오면 원숭이는 도망쳐야 하지만, 손에 쥔 음식을 끝까지 놓지 못해 결국 붙잡히고 맙니다.
손을 펴서 음식을 버리기만 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지만,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을 결박합니다. 결국 고정관념을 버려야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