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장관 겸직” 제도 언제까지 둘 것인가?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10월 19일(월) 16:20 가+가-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장관을 임명할 때 국회의원이 겸직할 수 있도록 법률에서 보장된 나라는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1962년 헌법에는 겸직 조항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1969년 3선 개헌이 통과되면서 국회의원과 장관 겸직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는 대통령제 국가이면서도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하여 대통령의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동력을 확보하여 나라를 일정한 궤도에 올려놓아야겠다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소신, 비판적 시각으로 보면 독재 정권의 프레임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옷’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화려한 옷’을 벗고 민주주의 시대, AI 시대, 5040 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의 정통성이 확보된 ‘검소한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하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니겠는가? 보편적인 국민의 생각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현 우리나라의 대통령제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비슷하게 거론하고 있다. 심지어 아직도 ‘소통’을 거론하면서 현 우리의 내각책임제가 가미된 대통령제가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무난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주장이라면 거국내각, 탕평인사로 여당과 야당 인사들을 고루 등용할 경우에나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에 현 우리의 대통령제가 탕평인사로 여당과 야당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거국내각 형태로 운영이 된다면 우수한 제도라고 선진국에서도 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지만…기대하기 쉽지 않다.
현역 국회의원의 총리 겸직 사례는 이재명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세균 전 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이완구 전 총리, 참여 정부의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이 모두 현역 의원 신분으로 총리직을 수행했다. 현역 의원의 정치적 경험과 리더십을 국정에 활용하고,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정세균 전 총리 지명 당시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유지가 삼권분립을 훼손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인사 청문특위 서면답변에서 “삼권분립은 기능의 분립을 의미하는 것이지 인적 분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회법에 따라 의원의 국무총리 겸직이 허용돼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겸직에 대한 핵심 쟁점은 헌법이 지향하는 삼권분립 원칙과 맞닿아 있다.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국무 위원이 행정부 일원으로서 정책을 집행하고, 국회의원이 입법부 일원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다.
다만 ‘법률로 정하는 직’에 한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근거로 국회법은 국무총리와 국무 위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여기서도 ‘협력과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여당’이라는 자기편끼리는 해당되지 않은 논지일 것이다. ‘협력’과 ‘효율성’은 야당과의 관계에서 필요하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이원정부제를 채택하는 프랑스도 국무 위원의 의원 겸직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프랑스 헌법 23조 1항은 ‘국무 위원은 모든 의원직, 전국 직능 대표직, 공직 또는 직업 활동을 겸할 수 없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겸직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이 평균 재임 기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김영삼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5개 정부를 종합 분석했을 때, 국회의원을 겸직한 국무 위원의 평균 재임 기간은 겸직하지 않은 국무 위원보다 약 2.9개월 짧게 나타났다. 이는 국회의원 겸직이 국무 위원의 재임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유권자들은 지역을 위한 의정 활동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의 핵심 원칙을 선포하고 있으며, 또한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하여 3권 분립 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헌법은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6조 제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국회의장, 대통령, 대법원장이 3권을 나누어 가지며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통령제는 국회법의 한 줄 규정에 의해 민주주의 정통성에서 벗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를 치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도의 ‘민주독재’라 할 수 있으며, 3권 분립 주의에서 벗어나는 권력의 집중 현상의 일부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민주주의의 정통성”과 “3권 분립”이라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돌아가는 당연함, Back to the Basics 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