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후티반군 리야드 공항 공격에 강경 대응 천명
후티 미사일·드론 공격에 방공망 허점… 사우디, 실패 원인 조사
美 직접 개입 검토 속 걸프 안보 긴장 고조… 이란은 중재 의사
작성 : 2026년 10월 13일(화) 17:21 가+가-

사우디아라비아 미디어부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지난 10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공격을 받은 후 이용객들이 몸을 낮춘 채 화염과 연기 속에서 대피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항 공격으로 10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를 겪은 가운데 사우디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보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은 지난 일주일 동안 네 차례 공격을 받았다. 지난 10일에는 후티 반군의 미사일이 공항 제3터미널을 타격해 13명이 숨지고 터미널이 폐쇄됐다. 이튿날인 11일에도 제4터미널이 공격받아 파키스탄인 1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 8일에는 공항 시설과 지상에 있던 항공기가 공격받아 사우디 국영항공사 조종사를 포함한 3명이 숨졌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도 킹칼리드 공항은 후티 반군의 표적이 됐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과 예멘군은 지난 4일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영토 탈환을 위한 ‘예멘의 새벽’ 작전을 개시했지만, 반군은 지금까지 방어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반군은 오히려 사우디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사용했던 전술을 모방하며 공항, 정유 시설 등 사우디의 핵심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사우디와의 갈등 확대를 예고하며 전 세계에 경제적 타격을 입히겠다고 선언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그의 형인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은 지난 11년간 군사적 수단과 협상을 통해 후티 반군의 진격과 위협을 억제하려고 시도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후티 반군은 국경 너머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등 제압하기 어려운 상대로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우디 정치 전문가이자 평론가인 알리 시하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위협은 단번에 해결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예멘 정부군의 작전 수행 여부에 많은 것이 달려 있으며, 사우디는 공군을 동원해 이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역할은 지금까지 예멘 정부군의 작전에 공중 엄호를 제공하는 수준에 제한됐으며, 지상군 대규모 파병에는 이르지 않았다. 사우디 민간 시설이 공격당해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사우디가 이런 태도를 바꿀 수 있다.
다만 사우디가 예멘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경우, 험준한 지형에서 지루한 지상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또 빈 살만 왕세자가 구축해 온 ‘안정적이고 투자 친화적인 왕국이자 세계적 관광 허브”라는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지원 확대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사우디 주도 공세에 정보 공유와 표적 식별, 작전 계획 수립 등을 지원했지만 후티 반군에 대한 직접 공격은 자제해 왔다.
사우디가 미국의 개입을 끌어내려는 배경에는 홍해와 페르시아만의 해상 운송로를 둘러싼 안보 우려가 있다. 미국이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할 경우 반군이 예멘 남부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선박 운항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공항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뒤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은 사우디와 후티 반군 사이의 충돌을 중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라비아반도의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양측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이 전날 전화 통화로 상황을 논의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성주 기자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