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유권자 명부 개정 후폭풍... 시위대 2000명 이상 구금
유권자 명부 개정으로 1억3천만명 이름 삭제
경찰, 지하철역 45곳 폐쇄 등 시위 강경 대응
작성 : 2026년 10월 11일(일) 17:07 가+가-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유권자 명부 개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당국이 시위대 2천명 이상을 구금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를 봉쇄하고 대중교통 운행을 제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1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뉴델리에서는 주로 20~30대 청년들이 유권자 명부 개정에 항의하기 위해 모였으나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경찰은 시위대의 팔다리를 붙잡아 버스와 승합차에 강제로 태웠으며, 일부 경찰관이 시위대의 목을 움켜잡는 모습도 목격됐다.
구금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변호사 단체에 따르면 이날 저녁까지 2000명 이상이 구금됐다. 다만 정확한 구금자 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시위는 Z세대가 주도하는 바퀴벌레 잔타당(Cockroach Janta Party) 등이 주도했다. 이 단체의 공동 창립자인 아비지트 딥케를 비롯한 지도부도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딥케는 경찰관들이 비행기에 올라 자신을 제지하는 영상을 SNS에 공개하며 “나라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건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도시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뒤 뭄바이에서 뉴델리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 제지당했다.
시위대는 인도 선거관리위원장 기아네시 쿠마르의 사임도 요구했다. 전국 유권자 명부 개정 과정에서 약 1억3000만명의 이름이 삭제되면서 선거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판론자들은 이번 조치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권력 강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유권자 명부 문제를 넘어 12년간 집권한 모디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디 총리는 시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라비 샹카르 프라사드 의원은 시위를 비판하며 “인도의 민주주의는 무정부 상태를 추구하는 것을 좌절시켰다”며 “나라를 운영하는 것은 거리가 아니라 의회”라고 말했다.
당국의 강경 대응은 인도가 민주주의 국가임을 강조해온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 인디라 간디 당시 총리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당 지도자들을 투옥했던 시기와 비교하고 있다.
김용전 기자 Danielyongjen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