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피격 핵시설 아직 안전 확보 안 돼”… IAEA 사찰 제동
에슬라미 “여전히 전시 상황”… “시설 안전 확보 전에는 접근 불가”
“美 고립작전에 이란 경제난 가중… 소규모 시위 재개, 사재기도”
작성 : 2026년 08월 27일(목) 17:09 가+가-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장은 이날 “이란은 여전히 전시 상황에 있다”며 “전쟁이 끝났고 시설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5년 12월7일 촬영된 위성사진에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가 보이는 모습.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재개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피격 시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데다 군사 공격을 받은 핵시설을 조사하기 위한 별도 절차가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CNN,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청장은 이날 “이란은 여전히 전시 상황에 있다”며 “전쟁이 끝났고 시설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에슬라미 청장은 “군사 공격을 받은 시설에 대한 사찰 절차가 마련되기 전까지 IAEA는 사찰을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 의회가 제정한 관련 법에 따라 피격 시설에 대한 접근에는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피격 시설들이 모두 IAEA에 등록돼 있었으며 공격 전까지 지속적으로 사찰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AEA가 이들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규탄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에슬라미 청장은 IAEA의 대응과 관련해 기관의 권한과 독립성에 의문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에슬라미 청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IAEA의 현장 방문을 압박하는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IAEA에 피해 시설을 사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자신들이 실시한 군사작전으로 시설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시설 사찰 문제는 향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피격 시설의 피해 정도와 핵물질 소재를 확인하려면 IAEA의 현장 접근이 필요하다.
이란이 피격 핵시설에 대한 사찰 재개를 계속 거부할 경우 핵 프로그램 검증이 어려워져 미국·이란 핵 협상 재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고립 작전’을 개시하면서 경제난에 직면한 이란의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잠잠했던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란 ILNA통신은 에너지 인프라가 밀집한 이란 남부 아살루예에서 해상·석유가스 시설 종사자들이 24일 생계 위기에 처했다며 임금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개했다고 보도했다. 전날에는 이란 서부 샤데건 철강 단지에서 해고 근로자 100여 명이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미국은 이란 민심이 동요해 정권이 궁지에 몰리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종전 협상을 성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전략이 이란 국민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를 견뎌낸 이란 지도부가 이번 전쟁을 국가의 존폐가 걸린 문제로 인식하는 만큼 소규모 시위 재개가 협상 태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란 경제난의 참상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로 연료 수입이 급감해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주요 도시의 주유소에는 긴 줄이 생겼다.
운전자들은 보조금이 지급되는 연료의 할당량을 줄이는 정부 정책 실행을 앞두고 기름을 사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WSJ은 “테헤란의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쌀과 식용유가 일시적으로 품절됐다”며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인도에서 쌀을 대량 수입하는데, 지난주 UAE가 미국의 제재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국의 제재로 인한 물자 부족 우려가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고성주 기자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