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재개방에 미군 철수·공격 영구중단 등 요구
새로운 조건 내놓으면서 협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커져
작성 : 2026년 08월 09일(일) 16:43 가+가-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 인근 바위 해안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주변 해상에 화물선들이 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미군 철수와 공격 영구 중단, 해상봉쇄 해제 등 6가지를 새로 미국에 요구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개방하지 않겠다며 이 같은 조건을 내세웠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이란이 새로운 조건을 내놓으면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지휘관인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최고국가안보위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이 다시는 이란을 위협해서는 안 되며 이란과 이란의 역내 동맹 무장세력을 상대로 벌인 전쟁을 영구적으로 끝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해당 지역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전쟁으로 발생한 피해를 이란에 “완전히 배상”하고 제재를 철회하며 동결된 이란자산도 “조건 없이”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이는 이란 국민의 요구”라며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호르무즈해협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수용 가능한 합의를 먼저 마련한 뒤 해상봉쇄를 종료하기를 원하는 미국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체결한 잠정 합의에 따르면 제재 종료 일정과 배상 계획은 최종 합의에 포함되며 동결 자산 문제도 협상 대상을 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합의를 오만과 거의 타결한 상태라고 밝혀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호르무즈 통항 문제에 관한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협 재개방은 다른 조건 충족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현재 상황은 미국이 잠정 합의를 위반한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에 중요한 통로다. 전쟁 이전에는 국제 수로로 간주됐다.
이란과 오만이 최종 조율 중인 합의가 이뤄지면 선박은 이란에 가까운 항로를 통해 해협에 진입한 뒤 오만에 가까운 항로로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통과할 수 있게 된다.
협상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 2명은 임시 합의 기간에는 선박이 통행료나 사용료를 내지 않고 해협을 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이 이란에 무기를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이를 주시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무기 비축량이 고갈되면서 화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어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러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8일 전했다.
이란전 장기화로 미국의 무기 비축량은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며 아시아와 유럽에서 무기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의 잠재적 충돌을 고려할 경우 더욱 대담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기 고갈의 장기적인 영향은 아시아에서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전했다.
한국 등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수백 대의 최첨단 방공 요격기가 중동으로 배치되었고, 항공모함 타격단과 해군 최정예 구축함 몇 척이 중동에 배치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전술 감시 자산을 중동으로 재배치하고 방공망을 철수함에 따라 북한과의 전쟁시 한국 주둔 미군이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일부 미국 관리들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비핵 방어 능력에 의문을 품고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구축하기 위해 자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동맹국들이 미국의 생산 적체로 다른 국가로부터의 무기 구매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국방 분석가 토드 해리슨은 “이란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군수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취약점은 더욱 크고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주 기자 tdh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