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눈물의 힘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6년 08월 05일(수) 16:27 가+가-
파리의 미국인들의 명곡으로 퓰리처상에 빛나는 작곡가 거슈윈. 그의 곡들은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는 돈과 명예를 일찍 손에 넣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서 오토칸이란 친구가 그에게 이런 충고를 했습니다.
“자네의 음악에는 슬픔의 요소가 빠졌어. 고통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일 거야. 그러나 인간의 뜨거운 눈물이 참예술의 비료가 되는 법일세,” 이 말을 듣고 그는 흑인 소녀를 주제로 한 그 유명한 오페라 포기와 베스를 창작했습니다.
눈물은 정신 증상의 강력한 치료제입니다. 게다가 눈물은 ‘질병 예방’의 의미도 지닙니다. 가장 훌륭한 질병의 치료법은 예방입니다. 매일 정성껏 양치질하는 사람은 충치에 걸리지 않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은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정신질환의 가장 큰 예방법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낙관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할 줄 압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늘 즐거울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슬프고, 화가 나고, 실망하며, 좌절하는 감정의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긍정적인 사람들은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의 경험마저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은 슬플 때 눈물을 흘릴 줄 압니다. 절대로 참지 않습니다.
또한 좌절할 때 괴로워하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절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야말로 정신 건강에 매우 유익합니다. 눈물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물을 참고 참다가 나중에는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울한 감정을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방출해서 해결하는 유용한 방법은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마음이 울적하고 괴로울 때 슬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눈물은 정신질환의 효과적인 예방주사입니다.
우리 민족은 참 많이 울었던 민족입니다. 전쟁이 지나갔고, 가난이 지나갔고, 이별이 지나갔고, 억울함과 한숨이 수백 년 동안, 이 땅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는 울면서도 노래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 노래가 바로 아리랑입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누가 처음 불렀는지 모릅니다.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이 노래는 잘사는 사람들의 노래가 아니라, 버텨낸 사람들의 노래였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아리랑”의 “아리”는 가슴이 저릴 만큼 아프다는 뜻의 “아리다”에서 왔다고. 그리고 “쓰리랑”은 속이 타고 쓰리다는 “쓰리다”에서 왔다고. 그러니까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가 아닙니다. “가슴이 아립니다.” “속이 쓰립니다.” 그 울음을 멜로디에 실어 부른 민족의 눈물입니다.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돌아오지 못한 아내가 불렀고, 굶주린 자식을 업은 어머니가 불렀고, 타향살이 서러운 청춘들이 산등성이를 넘으며 불렀습니다.
그래서 아리랑은 들으면 아름다운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먹먹해집니다. 왜일까요? 그 노래 안에는 우리 인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인생도 아리랑입니다.
겉으로는 웃고 살아도 속으로는 다들 조금씩 아립니다. 말 못 할 상처 하나쯤 품고 삽니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못하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밤이 되면 몰래 무너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관계 때문에 아리고, 어떤 사람은 실패 때문에 쓰립니다.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슴이 무너진 채 살아갑니다.
그런데 여러분, 놀라운 것은 우리 조상들이 그 아픔 속에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왜입니까? 노래라도 해야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라도 불러야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리랑은 아픔이 없는 사람의 노래가 아닙니다. 아픔 속에서도 끝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노래입니다. 그래서 아리랑은 슬픈데도 이상하게 희망이 있습니다.
눈물이 흐르는데도 아주 절망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울 수 있을 때 아직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노래할 수 있을 때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