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화염방사기 달고 러 진지로… 우크라 지상로봇의 진격
물자·탄약 운반 넘어 공격·진지 사수까지… 매달 수천 차례 임무
지난해 두 배 넘는 5만대 생산 계획… 러시아보다 활용 속도 앞서
작성 : 2026년 07월 14일(화) 17:24 가+가-

기관총과 화염방사기, 폭발물을 장착한 우크라이나 지상로봇이 러시아군 진지 공격에 투입되고 있다. 병력 열세를 메우기 위해 개발된 ‘땅 위의 드론’이 보급과 후송을 넘어 보병이 맡던 공격과 진지 사수까지 넘겨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궤도나 바퀴로 움직이는 무인지상차량(UGV), 즉 지상로봇을 운용하는 부대들은 물자·탄약 운반, 부상병 후송, 지뢰 설치, 진지 방어 등을 맡아 매달 수천 차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운용병들은 무선 조종기로 로봇을 원격 조종한다.
우크라이나 하르티야(Khartiia) 군단은 2024년 12월 하르키우 지역에서 지상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했다. 공격 장비를 모두 무인화한 최초의 작전으로 알려졌다. 기관총과 화염방사기, 폭발물을 장착한 지상로봇들이 숲을 통과했고 드론은 상공에서 전장을 감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작전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월 자국 병사를 직접 위험에 노출하지 않고 지상로봇과 비행 드론만으로 러시아군이 지키던 진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지상로봇 5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생산량의 두 배가 넘는다. 군은 지상로봇 전담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군도 지상로봇을 사용하지만 활용 규모는 우크라이나에 훨씬 못 미친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병력이 적다. 비행 드론 때문에 움직이기만 해도 공격받을 수 있는 ‘살상지대’는 일부 지역에서 전선 후방 약 24㎞까지 뻗어 있다. 일부 전선에서는 진지 자체보다 그곳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더 위험해졌다.
지상로봇 개발을 이끈 사람들은 비행 드론 분야의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니라 최전선의 용접공과 정비공, 보병들이었다. 지상로봇 제작업체 유포스의 올렉시 혼차루크 이사회 의장(전 우크라이나 총리)은 “비행 드론은 창의적인 정보기술 인력의 손에서 빠르게 발전했다”며 “반면 지상로봇은 최전선 보병이 부품을 어떻게 결합해야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찾아내는 현장 작업에서 발전했다”고 말했다.
지상로봇 대대를 지휘하는 올렉산드르 하르코베츠 대위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전 자동차 전자장비 정비소를 운영했다. 그는 2023년 바흐무트 시가전에서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소총을 들고 싸우다가 ‘이런 시가전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퇴각 과정에서 숨진 전우들을 남겨둔 뒤에는 숨지거나 다친 전우가 전장에 남겨지는 일을 막겠다고 결심했다.
하르코베츠 대위는 원격조종 차량에 갈고리와 기관총을 달아 엄호 사격을 하면서 시신을 끌어낼 수 있도록 했다. 이 차량은 같은 해 특수부대가 일주일 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시신을 수습하는 데 투입됐다. 그가 작전 영상으로 지휘부를 설득하면서 지상로봇이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올렉산드르 소령이 지휘하는 K-2여단 지상로봇 대대는 병력 500여명과 로봇 600여대를 보유하고 하루 5~6차례 임무를 수행한다. 지상로봇은 픽업트럭보다 작고 느리지만 상공에서 발견하기 어렵고 사람의 체온 신호도 없다. 드미트로 이바노프 제36여단 지상로봇소대 지휘관은 무인 장비가 충분히 보급된 뒤 수송과 보급 등 전체 임무의 최대 80%를 병사 대신 무인 장비로 수행했다고 전했다.
김용전 기자 Danielyongjen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