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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3% 성장 눈앞…고용·물가·양극화 우려 더 커져
반도체 호황에 성장률 전망 2.0→3.0% 상향
GDP 디플레이터 9%…소비자물가도 2.6%
취업자 증가 전망은 16만→15만명으로 낮춰
작성 : 2026년 07월 14일(화) 16:45 가+가-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끌어올렸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2021년 이후 5년 만에 3%대 성장을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 성장률 상향을 이끈 것은 반도체 수출과 수출가격 급등이다. 소비자물가 전망은 높아졌고 취업자 증가폭은 오히려 낮아졌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수도권에 성장의 온기가 집중되면서 수출과 내수, 산업, 지역, 계층 간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성장’이 심해질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p) 상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5%,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6%보다 높은 전망이다.
정부가 성장률을 대폭 높인 가장 큰 근거는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다. 올해 통관수출 증가율 전망은 기존 4.2%에서 40.0%로 뛰었다. 1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38.4%, 2분기에는 57.5% 증가한 최근 실적을 반영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가장 큰 변화는 결국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출 증대”라며 “6월 실적까지 확인한 결과 수출이 굉장히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전쟁의 긴장이 다소 완화됐고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앞당기는 움직임도 성장률 전망에 반영됐다. 정부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5.0%로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 3% 성장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봤다. 다만 성장률 달성 여부가 정부 정책보다 반도체 경기와 국제유가, 중동 정세 등 외부 변수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3%가 완전히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지만, 달성하더라도 정부 정책의 효과라기보다 반도체 호황과 중동 정세 안정 등 외부 여건이 좋아진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지속된다면 3% 성장이 가능하다면서도 최근의 성장세는 정부의 특별한 기여보다 글로벌 AI 전환과 미·중 첨단산업 경쟁,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3.8%를 기록했고 중동전쟁도 수습 국면에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2.8% 정도는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3% 전망은 다소 높다고 평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의 3% 전망을 “상당히 높은 목표”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수출 성장세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산시장 변동성, 물가 상승, 이상기후, 내수 부진 등 여러 불확실성이 있어 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성장률보다 더 큰 변화는 경상성장률에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경상 GDP 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12.3%로 높였다. 1996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경제 전반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를 반영한 명목 성장률이다. 정부는 실질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높이는 동시에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도 2.9%에서 9.0%로 상향했다.
GDP 디플레이터가 급등한 직접적인 배경은 반도체 수출가격이다. 반도체 수출물가는 지난 1월 전년 동월보다 73.4% 오른 뒤 5월에는 상승률이 163.3%까지 높아졌다. 수출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 기업소득과 국민총소득, 세수 여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GDP 디플레이터 9%가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도 9% 올랐다는 뜻은 아니다. GDP 디플레이터에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포함되는 반면 수입품 가격은 직접 포함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와는 구성과 범위가 다르다.
그럼에도 수출가격과 생산비 상승이 다른 가격으로 번질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2.6%로 0.5%p 높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2.0%였지만 4월 2.6%, 5월 3.1%, 6월 3.2%로 확대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5월과 6월 각각 2.5%를 기록했다.
정부는 하반기 국제유가가 내려가면서 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동전쟁 협상과 이상기후에 따른 에너지·농산물 가격 변동성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황 교수는 GDP 디플레이터가 9%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계속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양호한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도 적극적인 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세수를 청년·차세대 성장·지방·교육 분야에 투입할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황 교수는 “GDP 디플레이터가 9%까지 뛰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물가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는 초과세수를 추가 지출에 활용하기보다 재정수지를 개선하고 국가채무 증가를 줄이는 데 써야 한다”고 말했다.
명목 GDP 증가로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6%에서 47.0%로 낮아지는 것도 재정건전성의 구조적 개선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실질성장뿐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분모인 명목 GDP가 커진 효과가 함께 반영됐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려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이 더 들어온다는 이유로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재정정책도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장률 상향이 고용 전망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이번 전망의 특징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 전망을 기존 16만명에서 15만명으로 낮췄다.
취업자는 지난 4월 전년 동월보다 7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5월에는 4만명 감소했다. 올해 1~5월 월평균으로 서비스업 취업자는 26만3000명 늘었지만 제조업은 5만5000명, 건설업은 2만5000명 감소했다.
정부는 중동전쟁의 영향과 건설투자 회복 지연에 더해 성장의 중심이 고용 창출 효과가 낮은 반도체라는 점을 원인으로 들었다.
전범석 기자 hsbchu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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